이경호 주교 "성공회, 이젠 기후 위기 대응 온 힘"[이수지의 종교in]
2024년 '창조질서 회복' 원년 선언
'녹색 성공회' 패러다임 전환 준비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대한성공회는 항상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교회로서 시기마다 역사적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주교관에서 만난 성공회 서울 교구장 이경호 주교는 2024년을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창조질서 회복'의 원년으로 선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주교는 "1980년대는 민주화, 1990년대에는 나눔의 집을 통한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 2000년대에는 성공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인권과 평화를 실천해왔다"면서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은 올해 '녹색 성공회'로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공회는 지난해 창조절을 공식 절기로 도입해 모든 신자가 환경에 대한 관심을 두고 함께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현재 27개 교회에서 생태환경 지킴이 38명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에는 성공회가 오는 6월 열리는 전국 의회에서 '녹색교회'를 선정해 교회 내 환경 활동 사례를 공유하며 독려할 예정이다.
전국 성직자 신학 연수, 한일 성공회 교류 40주년 등 올해 열리는 모든 행사에도 기후 위기 대응을 가장 기본으로 설정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오는 2025년까지 성공회의 모든 교회는 녹색 생태 교회가 되도록 캠페인을 추진하고 실천 방안을 공유할 계획이다.
성공회 서울 교구는 '하느님의 세계를 위해 일하는 교회'를 2024년도 선교 표어로 내걸고 '창조 질서를 회복하는 교회', '복음을 증언하는 교회', '안전하고 건강한 교회'를 실천 과제로 삼았다.
이 주교는 "이들 과제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면서 "복음의 진리를 전하고 가르치는 일은 교회의 기본 사명"이라고 했다. "안전하고 건강한 교회는 우리 시대 교회가 만들어 가야 할 매우 중요한 모습이죠. 우리 교회는 어떤 차별과 편견, 혐오가 없는 신앙공동체와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가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창조 질서의 회복'은 더욱 중요하다. 인류 생존은 물론 모든 생태계 생존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주교는 "특히 교회의 선교적 사명은 기후 위기와 그 위기 속에 있는 모든 생명을 살려서 회복하는 일"이라며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우리 제도와 사회 시스템을 개선해 모든 생태계와 생명을 살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4년은 이 주교에게도 인생에서 전환을 맞이하는 중요한 해다. 서울교구장 주교로서 7년의 임기를 마치는 해이기 때문이다.
성공회 교구장 주교는 임기가 정해지지 않지만 만 65세가 되면 교구장 주교직을 내려놓게 된다. 지난 2017년 4월 제6대 교구장으로 승좌한 이 주교는 오는 10월 만 65세 생일을 맞는다.
임기 중 이 주교는 코로나19 확산 시기를 거치면서 탈종교화로 인한 한국 교회 신자 감소, 한국 교회 신뢰도 하락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 주교는 "7년 전 교구장 주교가 됐을 때 한 번도 '주교가 되고 싶으니 나를 뽑아 달라'는 말을 한 적도 없었는데 교구회의에 갔다가 교구장 주교에 뽑혀서 굉장히 당혹스러웠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교구를 중심으로 하나의 교회를 이루는 성공회에서 주교는 일치의 상징으로 그 역할은 매우 막중합니다. 지난 7년간 교구장 주교로서 교회를 잘 섬겨왔는지, 저보다 더 훌륭한 사제들이 많은데 다른 분이 주교직을 수행했다면 우리 교회가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지 않았나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성공회 서울교구는 올해 부활 주일을 보내고 오는 4월13일 열리는 임시 교구의회에서 제7대 교구장 주교 선출을 위한 과정을 밟게 된다.
천주교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처럼 성공회에서도 후보 선거 활동 없이 교구 대표자들이 모여 투표한다. 투표 중 제적 3분의 2 이상 득표한 사제가 교구장 주교로 선출된다. 신임 교구장 주교가 선출되면 오는 9월26일 주교 서품식이 열린다.
은퇴 후 이 주교의 삶은 녹색 성공회 패러다임과 맞닿아 있다. "강촌에 있는 대한성공회 성 프란시스 수도회 옆에 피정의 집이 있어요. 교인들이 기도하고 쉬는 곳이죠, 임기를 마치면 거기서 일주일에 하루는 자원봉사도 하고 나무도 잘 가꾸고 꽃도 심을 예정입니다. 물론 틈틈이 산에도 오르고 싶습니다."
이 주교의 새해 소망은 새로운 변화다. "올해가 전 세계적으로 선거의 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선거가 있고 뭔가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해이죠. 전 세계가 새롭게 변화하는 한 해가 됐으면, 청룡처럼 날아오르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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