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에 빠지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영화로운 텅장탈출]
박문수 2024. 1. 20. 06:00
고레에다 히로카즈 연출, 사카모토 류이치 음악 '괴물'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물어봐
[파이낸셜뉴스]초등학교 5학년 아들 미나토가 꾀병을 피우며 학교를 가지않겠다고 드러누웠습니다. 등굣길 보리차를 담아 매어준 보온병엔 자갈과 흙이 담겨 있고, 신발 한 짝은 잃어버렸답니다. 귀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선명한 반창고를 붙이고 왔습니다. 홀보듬엄마(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는 ‘왕따’를 의심합니다.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물어봐
[파이낸셜뉴스]초등학교 5학년 아들 미나토가 꾀병을 피우며 학교를 가지않겠다고 드러누웠습니다. 등굣길 보리차를 담아 매어준 보온병엔 자갈과 흙이 담겨 있고, 신발 한 짝은 잃어버렸답니다. 귀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선명한 반창고를 붙이고 왔습니다. 홀보듬엄마(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 분)는 ‘왕따’를 의심합니다.
학교에 찾아가 담임 선생님과 교장에게 따져 물으니 연신 ‘죄송합니다’라고만 합니다. “아니요. 제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닙니다” 사오리의 절규를 듣고 있으면 미나토의 담임인 호리 선생(나가야마 에이타)는 ‘괴물’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총 4부로 짜인 영화 ‘괴물’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누가 괴물인가” “돼지의 뇌를 이식한 인간은 인간일까, 돼지일까?”
질적 공리주의의 주창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배고픈 인간이 되는 것이 낫고, 만족스러운 바보가 되기보다 불만족스러운 소크라테스가 되는 것이 낫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양적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의 철학을 ‘돼지철학’이라고 깍아내리기 위해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먹고 마시는 단순한 즐거움이 아니라 배우고 사유하는 쾌락을 쫒아야한다는 본인의 철학을 압축한 것입니다. 아. 제 꿈은 ‘배부른 소크라테스’입니다.
다시 영화의 질문으로 돌아와, 돼지의 뇌를 끼운 인간은 돼지일까요? 괴물일까요? 인간일까요? 아들에게 “니 네는 돼지의 뇌”라고 말하며 피멍이 들때까지 때리는 가정폭력범 ‘아빠’는 분명한 괴물입니다.
영화는 일부 정보를 누락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차례로 ‘괴물’로 의심하게 합니다. 영화의 각본을 쓴 사카모토 유지는 한 인터뷰에서 “관객은 괴물이 누구인지 찾다가 스스로 함정에 빠진다”고 말했습니다. 총 4부로 구성된 영화는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주인공 시선으로 그립니다. 마트에서 교장선생님이 뒷다리를 쭉 뻗어 어린아이를 넘어트리는 장면에서 저는 ‘나쁜 사람, 무섭다 무서워’라며 탄식했습니다.
새해 각종 연구기관에서 경제전망을 내놓습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합니다. 언제나 확실한 것은 모든게 불확실하다는 사실뿐이지만, 올해는 더 불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우리는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아 투자를 결정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겠지. 미국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을 꺽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중 갈등이 더 커지겠지. 중국 경제는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그렇게 어떤 주식을 사고, 코인을 사다가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주식의 가격 주가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결정합니다. 수요가 느는데 공급이 받쳐주지 않으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 상황에는 가격이 떨어진다는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법칙입니다. 이른바 DS곡선으로 잘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간과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DS곡선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위해서는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한다는 전제입니다. 공시제도가 마련하는 것도, 내부자 거래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사전 거래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부당 이득’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아무리 세세한 공시를 자주해도 세상 모든 정보를 모두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게 가능할까요?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들이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며 분산투자, 포트폴리오 투자를 권하는 이유입니다.
영화 ‘괴물’에서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는 전작 ‘브로커’에서도 악인이 되는 과정이 결코 개인의 의지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님을 분명하게 그렸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떳떳하게 살아도 누군가에겐 괴물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례적인 잔잔한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괴물’의 음악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았습니다. 영화 ‘마지막 황제’와 ‘남한산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직 극장에 영화가 걸려있을 때 그의 마지막 영화음악을 감상하러 가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것만으로 볼만한 영화입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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