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빛의 미술관 정원] 허쉬혼 미술관이 800억 들여 리모델링하는 까닭
[서울=뉴시스] 이한빛 미술칼럼니스트 = 6000만 달러. 한화로 계산하면 약 784억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한해 예산과도 맞먹는 이 비용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 위치한 허쉬혼 미술관 조각 정원의 리모델링 비용이다.
눈이 번쩍 뜨이는 숫자에 궁금해진다. 무슨 연유로 리모델링하는 것일까?
일단은 2024년 개관 50주년 기념이다. 일본 현대미술작가인 스기모토 히로시가 리모델링 디렉터로 선임됐다. 히로시가 제안한 안은 조각 정원 안에 자리 잡은 중간 연못을 확장해 박물관 파사드 창문과 발코니가 연못에 반사돼 미술관이 확장하는 듯한 느낌을 주고, 야외 갤러리 역할을 강화해 일반 관람객의 접근성을 키우겠다는 것이다.(현재 허쉬혼 미술관 조각 정원은 내셔널 몰 잔디밭에서 보면, 한층 정도 지면 아래로 꺼져 있다. 그래서 반드시 조각 정원을 봐야겠다는 의지를 갖지 않는 이상,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미술관 관람객은 연간 100만명이 넘지만 조각 정원은 15만명 정도만 찾는 실정이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미술관-정원 지하 연결 통로도 다시 복구한다. 미술관은 지난해 초 조각 정원을 폐쇄하고 2년 기한의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우리는 쉽게 ‘허쉬혼 미술관’으로 칭하지만, 공식 명칭은 ‘허쉬혼 미술관과 조각 정원’(The Hirshhorn Museum and Sculpture Garden)이다.
미술관은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의 기관으로, 이른바 ‘모던 & 컨템포러리 아트’를 담당하고 있다. 스미스소니언은 허쉬혼 미술관 외에도 19개 뮤지엄, 21개 도서관, 동물원, 천체관측소, 열대기후연구센터, 자연환경연구센터, 과학교육원 등 수많은 기관을 거느리고 있다. 명실공히 세계 최대의 문화예술과학교육기관인 셈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스미스소니언 국립 아시아 미술관(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Asian Art·NMAA)이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Smithsonian Natural History Museum)과 달리, 허쉬혼 미술관은 ‘스미스소니언’이 기관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미술관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가이자 슈퍼 컬렉터였던 조셉 H. 허쉬혼(1899~1981)의 대규모 기부가 미술관의 시초다.(요즘 말로 ‘타이틀 스폰서’다.)
허쉬혼 부부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조각 정원’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 야외에 설치된, 그래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미술관이라는 것이 그들이 제안한 개념이었던 것. 그래서 미술관의 이름에도 ‘조각 정원’이 같이 명기됐다.
조각 정원을 이토록 강조한 ‘세기의 컬렉터’ 허쉬혼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한마디로 ‘흙수저’ 자수성가 사업가였다. 허쉬혼은 라트비아 유태인 이민자 출신이다. 그의 어머니 아멜리아 허쉬혼은 남편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싱글맘’이 되자 허쉬혼이 6살일 때 자녀들을 이끌고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정착했다. 형제자매가 많은 가난한 집 막내아들이었던 허쉬혼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13살 때 학교를 중퇴하고, 신문배달부와 심부름꾼을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특히 밤에 ‘전보’를 나르는 심부름을 하며, 그곳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용어를 파악하고, 주식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공부했다. 2년 만에 맨해튼의 월스트리트에 자리를 잡았고, 16세인 1916년 자신이 그간 모은 255달러로 주식 중개인(스톡 브로커)으로 데뷔했다.
돈을 버는데 천재적인 소질이 있었던 것일까? 주식 중개인이 된 그해, 허쉬혼은 16만8000달러를 벌어들인다. 24세엔 은행주식과 비상장증권을 취급하는 중개인이 됐고, 다루는 금액도 커져, 서른 살이 되기 전에 1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돌연 모든 주식을 팔아 현금화했다. 손에 쥔 현금은 약 400만 달러. 이유는 끝없이 상향만 외치는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었다. 1929년 8월이니,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 시작 두달 전 일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엑시트’한 셈이다.
이후 캐나다의 광업과 석유산업에 투자하며 큰돈을 번다. 투자한 광산에서 우라늄이 나왔고, 엄청난 부를 이뤘다. 1960년 재고로 있던 우라늄을 처분해 1억 달러가 넘는 돈을 벌었다. (다음주 2편이 이어집니다.)
이한빛 미술칼럼니스트 vickyasalways@gmail.com
※이번 주부터 ‘이한빛의 미술관 정원’이 연재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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