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이라크는 침대 축구를 하지 않았다!"…'日 전설의 1군+우승 0순위+탈아시아급', 이라크 '황금세대'에 대망신[2023아시안컵]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일본 대표팀의 '전설의 1군' 등장은 이번에도 실패인가.
또 2023 아시안컵 우승후보 0순위라는 찬사, 유럽파 20명으로 탈아시아급이라는 평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아시아 최고 순위(17위), 아시아에는 적수가 없다는 자신감. 모두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일본은 19일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D조 2차전 이라크와 경기에서 1-2 충격패를 당했다.
1차전 베트남을 상대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더니, 2차전에서는 대망신을 당했다. 1승1패를 기록한 일본. 조 1위는 2연승을 달린 이라크에 내줬다.
일본은 최정예 멤버를 총출동시켰다. 유일한 구멍으로 불렀던 혼혈 골키퍼 스즈키 자이언이 또 사고를 치며 이라크의 아이멘 후세인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후세인은 전반 추가시간 또 한 골을 작렬시켰다. 2번의 유효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 시킨 영웅으로 등극했다. 후반 추가시간 엔도 와타루의 1골을 만회했지만, 늦었다. 일본은 이라크에 졌다. 완벽한 패배였다.
FIFA 랭킹은 숫자에 불과했다. 일본의 17위. 이라크는 63위였다. 이라크는 조직력에서 일본에 앞섰고, 체력과 정신력 모두 일본보다 나았다.
사실 이라크는 일본이 무시할 팀이 아니었다. 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이번 대회 최대 다크호스로 평가를 받았다. 슈퍼스타는 없지만, 이라크는 '황금세대'를 구축했다.
일본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33세 베테랑 골키퍼 잘랄 하산을 필두로 멀티골을 넣은 27세 후세인, 그리고 19세 알리 자심, 23세 아브라힘 바예수 등 젊은 선수들까지, 신구 조화가 잘 된 팀이다. 이런 원팀으로 똘똘 뭉친 황금세대가 일본 전설의 1군을 무너뜨린 것이다.
일본은 이전 경기까지 A매치 11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11경기 연속 멀티골을 넣었다. 11경기에서 일본이 터뜨린 골은 무려 49골. 평균 4.5골 정도다. 이런 팀이 이라크를 상대로 경기 막판 겨우 1골을 넣을 수 있었다. 특히 이라크 선수들의 투지가 빛났다. 몸을 던지고, 던지고, 또 던졌다. 약팀이 강팀을 무너뜨릴 수 있는 정석을 보여준 이라크였다.
이번 승리로 이라크는 일본 A대표팀을 무려 42년 만에 꺾었다. A대표팀이 참가한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일본전 승리를 차지했다. 그들의 인생경기나 다름없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잡은 느낌,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잡은 느낌과 비슷할 것이다.
정당한 승리였다. 그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는 완벽한 승리였다. 특히 일본을 더욱 굴욕적으로 만든 점은, 중동의 이라크가 '침대 축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동 특유의 침대 축구는 유명하다. 이기고 있으면 드러눕고, 드러눕고, 또 드러눕는다. 한국도 많이 당해봤다.
그런데 이라크는 이기고 있음에도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했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 일본에 1골을 추격 당했고, 일본의 파상공세가 펼쳐졌음에도 그들은 눕지 않았다. 중동 침대 축구의 정석을 보면, 그때는 반드시 누워야할 때다. 이라크는 침대 축구를 거부했다. 그래서 이번 승리가 더욱 값진 것이다.
이제 이번 대회에 모든 팀들이 이라크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그들의 모습은 2007년을 연상케 한다. 이라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시안컵을 우승했던, 기적의 팀이라 불리던, 바로 그때다.
2007년 동남아 4개국에서 치러진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이라크에 발목이 잡혔다. 4강에서 만나 0-0 무승부를 거둔 후 승부차기에서 3-4로 졌다. 한국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결승에 오른 이라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때의 패기와 투지가 지금 이라크에서 느껴진다. 투지와 열정이 대단하다.
어쩌면 한국이 E조 1위가 되고, 일본이 D조 2위가 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16강에서 탄탄한 이라크보다 겉만 번지르르한 일본 전설의 1군을 만나는 것이 한국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일본-이라크 경기 사진.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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