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성균관대에 모인 농구 형제들

조원규 2024. 1. 20.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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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농구의 최고 인기 선수는 허웅(부산 KCC)이다. 동생 허훈(수원 KT)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허웅과 같은 소속인 여준형은 NBA 진출을 꿈꾸는 부산 KCC 여준석의 형이고, 일본에서 활약하는 양재민의 형은 대구 가스공사 양재혁이다. 연세대에는 강재민과 강태현 형제가 있다. 삼선중학교를 작년 중등부 최강으로 이끈 윤지원과 윤지훈 등 최근 한국농구에는 형제 선수가 유난히 많다.

 

▲ 성균관대 1학년 구인교(오른쪽)와 입학 예정자 구민교

 

지난 19일, 낙생고가 성균관대 체육관을 찾았다. 두 팀에도 형제 농구선수가 있다. 구인교(194, F)의 동생 구민교(197, F/C)는 성균관대 입학예정자로 함께 뛰었고, 낙생고 강민수(184, G)의 형은 성대의 주전 가드 강성욱(183, G)이다. 한 형제는 같은 팀으로, 다른 형제는 다른 팀으로 코트에서 만났다.

 

대학생 강성욱은 동생과의 대결에서 “진심이었다”라고 얘기했다. 고3이 된 동생에게 “대학의 맛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두 형제가 매치업되는 모습이 자주 나왔고, 강성욱은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강민수가 속공으로 득점을 올리자 강성욱은 수비 진영부터 빠른 드리블로 득점을 올렸다. 이어지는 공격에서 3점 슛과 돌파로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대학과 고등학교는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까? 강민수도 물러서지 않았다. 득점은 형과 비교해 부족했지만 날카로운 패스로 팀원들의 득점을 도왔다.

 

경기가 끝나고 강민수는 “형이 강하게 붙는 것을 느꼈고 나도 피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지금은 힘들지만, 대학에 입학할 때는 형을 넘을 수 있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박규훈 낙생고 코치는 강민수가 득점은 물론이고, 팀의 공격을 조율하길 바라고 있다. 강민수의 공격력은 2021년 협회장기 득점왕 수상으로 검증이 됐다. 이제는 득점과 리딩을 함께 바라고 있다.

 

▲ 낙생고 3학년 강민수

 

낙생고는 작년 전국체전 준우승팀이다. 올해는 최정환과 홍찬우 등 높이가 좋은 선수들의 졸업으로 고전할 수 있다. 강민수는 작년에 가장 많이 뛴 2학년 선수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강민수에게도 대학 진학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개인의 성장과 팀의 성적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구인교는 1학년이지만 작년 대학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많은 시간을 뛰었다. 선배들의 부상으로 이주민(195, F/C)과 함께 포스트를 지켜야 했다. 올해는 외곽으로 시야를 넓혔다. 프로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지금부터 2, 3번으로 뛰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다. 아직은 윙맨의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

 

높이가 좋은 동생의 입학으로 포스트의 뎁스가 두터워졌다.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은 형과 동생 모두에게 외곽에서의 플레이도 강조한다. 안에서 하는 플레이는 이미 익숙하기 때문이다. 프로에서의 경쟁력은 김 감독도 함께 고민하는 부분이다.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190대의 장신 선수들이 많을수록 팀의 경쟁력도 올라간다.

 

성균관대는 작년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아쉬운 패배를 경험했다. 올해도 같은 경험을 반복할 생각은 없다. 24학번에 좋은 신입생들이 합류하며 결승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강성욱은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팀의 우승만 바랄 뿐”이라고 얘기했다. 구인교와 구민교 역시 목표는 우승이다.

 

▲ 성균관대 1학년 강성욱

 

강민수는 “성균관대의 훈련 분위기가 좋다”며 “형과 같은 학교에서 뛰고 싶은 마음도 있다”라고 했다. 한편으로 “다른 팀에서 형과 경쟁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형과 함께 뛰는 것이 형과 경쟁일 수도 있다. 김 감독은 강민수의 중학교 때 활약을 기억했다. “손목부상 이후 주춤했는데 최근 많이 올라왔다”며 관심을 보였다. 강성욱은 동생의 진학에 대해 말을 아꼈다.

 

양재혁과 여준형 등 기자가 만난 형제 선수들은 평소에 농구 얘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위안이 된다고 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의 고충을 알기 때문이다. 때로 경쟁 상대고,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좋은 것이 더 많다고 했다.

 

한 형제는 같은 꿈을 꾼다. 한 형제는 다른 꿈을 꾼다.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다. 언더독의 반란을 꿈꾼다. 꿈이 있어 ‘겨울의 코트’는 뜨거웠다.

 

 

조원규 chowk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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