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자부심 사라지더라"…호텔리어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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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리어들이 호텔을 떠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숙박 수요가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됐지만, 이에 대응할 인력이 부족해 업계 전반적으로 허덕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 CEO는 호텔조리학과 학생이 호텔 업계 초봉에 대해 묻자 "호텔리어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돈이 목적이면 다른 직업을 알아봐라. 궁극적 목표는 자부심"이라고 답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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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호텔리어들이 호텔을 떠나고 있다. 요구되는 스펙과 높은 근무 강도 대비 턱 없이 낮은 임금,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자부심 하나로 '퉁치는'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20일 한국호텔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 5성급 호텔 62곳의 정규직 종사자는 1만1599명으로, 1곳당 평균 187명이다. 이는 지난 2020년(평균 238명)과 비교해 약 21% 줄어든 수치다. 이러한 인력 이탈은 시간이 갈수록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협회가 지난해 6월 '호텔 인원 부족 현황'을 조사한 결과 18개 호텔에서 8.1%(341명)의 인원 부족 현상이 발견됐다.
특히 고객 서비스와 직결된 객실, 식음료, 조리 부문 등에서 8~10% 가까운 인원이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숙박 수요가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됐지만, 이에 대응할 인력이 부족해 업계 전반적으로 허덕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빈약한 처우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호텔리어는 취준생 사이 선망의 직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말쑥한 옷차림과 용모, 매너에 외국어 구사 능력까지 겸비한 호텔리어를 꿈꾸며 업계에 뛰어드는 지원자들이 다수였다. 하지만 그 이면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24시간 운영하는 서비스 업종인 터라 낮과 밤을 오가는 교대 근무를 견뎌야 한다. 하지만 인건비는 3~4성급 호텔 기준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 대다수다. 업계 최고 연봉을 받는 특급호텔의 평균 연봉도 대기업 평균 연봉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까지 3성급 호텔에서 1년간 근무했던 A씨도 이런 현실에 오랜 꿈을 접었다. A씨는 "호텔리어라는 직업을 선망했다. 처음 일 시작했을 때 자부심이 컸다. 하지만 딱 6개월 버티니 그런 마음은 사라졌다"며 "외국어 능통자를 선호하는 호텔업 특성상 스펙을 꽤 보는 편인데, 남들 쉴 때 못 쉬고 돈도 못 번다. 초봉이 2400만원이었다. 그마저도 많은 편이다. 어느 4성 호텔에선 2100만원 준다고 하더라. 그 돈 받고는 못 일하겠어서 3성 호텔로 왔다"고 토로했다.
고질적 처우 문제를 종사자들의 '열정'에 기대 어물쩍 넘기려는 업계의 전반적 분위기도 문제다. 최근 알려진 김헌성 세인트존스 호텔 CEO의 발언은 이를 방증하는 단적인 사례로 업계 관계자 사이 거론된다.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 CEO는 호텔조리학과 학생이 호텔 업계 초봉에 대해 묻자 "호텔리어는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돈이 목적이면 다른 직업을 알아봐라. 궁극적 목표는 자부심"이라고 답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논란이 됐다. '금수저' 출신 호텔 CEO가 종사자들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정부는 올해부터 호텔·콘도업에 대해서도 비전문 취업비자(E-9)로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근본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비대면 단순 업무에 투입돼 일손을 덜어 줄 순 있어도, 핵심인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높은 업무 강도와 박봉으로 호텔업이 기피 직업이 된 지 오래다. 특히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다. 결국 처우 개선 등을 통해 호텔 업종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꾸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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