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공약 아냐?" "1억에 셋째를?"... 여야 저출생 약속에 '반신반의'

김재현 2024. 1. 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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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신혼부부가 평가하는 여야 공약]
출산 시 1억 무이자 대출엔 높은 관심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폐지도 긍정적
공약 실현가능성 여부엔 의문 제기도
게티이미지뱅크

"첫째만 낳아도 1억 무이자 대출이라는 말이 귀에 팍 꽂혔어요."

"육아휴직을 해도 원래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0.68. 인류 역사상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을 찍은 '초저출생' 시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약을 여야가 나란히 발표했다. 출산 시 1억 원 무이자 대출과 분양전환 공공임대 공급(더불어민주당), 아빠의 출산휴가 한 달 보장(국민의힘) 등 눈에 띄는 대책들이 많았다.

이 공약의 실수요자에 해당하는 △신혼부부 △청년층 △유자녀 부부들은 과연 정치권의 약속에 혹해 '이 정도라면 아이를 낳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19일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다양한 정책 실수요자들은 무이자 대출과 장기 출산휴가 등에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한국의 현실(재정난·회사문화)에 비춰 공약이 선거 이후에 그대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신혼부부: 무이자대출, 주택공급에 관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생존을 위한 저출생 종합대책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신혼부부들은 민주당이 내놓은 결혼, 출산, 양육 지원 공약에 관심을 보였다. 첫째 출산 시 조건 없이 1억 원을 10년 만기 무이자로 빌려주고, 셋째까지 낳으면 원금을 전액 감면하는 등 자산에 실제 도움이 되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다음 주 출산을 앞둔 배모(38)씨는 "몇 십만 원 수준의 수당보다 '1억 무이자 대출'이라는 말이 다가왔다"며 "매달 납부하는 대출 이자는 육아휴직이나 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인데, 중요한 장애물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환영했다.

'셋째=1억 원'이라는 공약이 현실적이진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해 5월 결혼한 윤정희(35)씨는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지만, 첫째 키우기도 힘든데 1억을 받기 위해 셋째까지 낳을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분양전환 공공임대 공약에서는 신중한 반응이 나왔다. 결혼 4년 차 이정윤(40)씨는 "주택 공급 자체는 좋지만, 신혼부부 눈높이에 맞는 수준일지는 의문"이라며 "위치나 주변 환경에 따라 수요가 몰리거나 저조한 지역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아휴직급여 정산 폐지엔 호평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휴레이포지티브에서 저출생 관련 공약인 일·가족 모두행복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육아휴직과 기업 지원에 방점이 찍힌 국민의힘 공약엔, 기존 정책의 확대 차원이라서 과감함은 다소 부족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육아휴직급여 사후지급금 폐지 등 공약은 체감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지금은 육아휴직 중엔 기존 급여의 75%만 받고, 복직 후 6개월 이상 일해야 25%를 받을 수 있어 휴직 중 소득 감소를 피할 수 없다. 올해 5월 육아휴직에서 복직하는 김연지(32)씨는 "휴직 중에도 원래 급여를 받을 수 있다면, 더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빠도 한 달 동안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면 육아 부담도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모(29)씨는 "줄어드는 급여 때문에 육아휴직을 못 하겠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며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를 눈치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도 함께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육아휴직으로 업무를 떠안게 되는 동료에게 지급하는 '업무대행수당'의 실효성을 두고는 의문을 표시하는 반응도 있었다. 한 기업 인사팀에서 일하는 김현두(38)씨는 "업무가 한 명에게만 넘어가지 않고, 수당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주 52시간 근무 논란도 있는 상황에서 대행 명목의 수당을 준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돈으로만 해결할 순 없어

여야 ‘저출생 대책’ 주요 공약. 그래픽=김대훈 기자

여야가 각각 연간 3조 원(국민의힘)과 28조 원(민주당)을 쓰겠다고 한 계획을 두고는, 육아 환경 개선 없이 '돈의 힘'만으로 합계출산율 제고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지적도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강수민(45)씨는 "저출생 원인을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초중고 학령기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방안, 일자리·주거·경력단절 등 문제를 해결할 대책도 내놓길 기대한다"며 여야에 주문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양당 모두 저출생의 국가 책임을 강조하는 공약을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모두 비용 차원의 접근"이라며 "양극화와 사교육, 지역 격차 등 불안한 사회구조를 바로잡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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