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간단한 사건 재판 16개월 끌다 사표 내버린 판사의 변명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을 16개월 끌다 선고도 하지 않고 돌연 사표를 낸 강규태 부장판사가 법정에서 이례적으로 자신의 사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가 사직하지 않았더라도 2년간의 형사합의부 재판장 업무를 마치고 업무가 변경될 예정이었다”고 했다. 통상 형사 재판장을 2년마다 교체하는 법원 내규에 따라 자신이 이번에 교체 대상이었던 만큼 사표를 안 냈더라도 재판 지연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내규엔 중요 사건 처리를 위해선 교체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다. 자신이 책임감만 있었더라면 선고를 못 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은 일절 하지 않은 채 법정에서 변명만 했다.
강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증인 49명 중 33명에 대한 신문을 마쳤다. 물리적으로 총선 전에 판결이 선고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증인이 많으면 재판 횟수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2주에 1회’씩 재판 기일을 잡았고, “주 1회 재판을 고려해 달라”는 검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애초부터 선고할 생각이 없었고, 재판 기일을 이에 맞춰 잡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래 놓고 증인 숫자 핑계를 댄다.
이 사건은 지난 대선 때 이 대표가 대장동 핵심 실무자를 몰랐다고 하고,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이 이뤄졌다고 말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이 대표가 몰랐다고 한 대장동 실무자와 외국에서 같이 골프를 한 사실 등이 다 드러나 있다. 결코 오래 걸릴 재판이 아니다. 더구나 선거법 사건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1심을 6개월 내에 끝내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그런 사건 재판장이 사건을 이렇게 오래 끌다 재판도 마무리하지 않은 채 사표를 내는 것은 유례가 드물다. 강 판사는 사과부터 했어야 한다.
강 판사가 조금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남은 재판은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다음 재판부를 위해 재판부 교체 이후 재판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도 미리 정해둬야 한다. 그런데 그는 “제 사직이 공개된 마당에 2월 2일 재판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이 된다”고 검찰과 피고인 측에 묻기도 했다. 재판 진행은 재판장 전권으로 의견 물어 결정할 일이 아니다. 강 판사는 지금도 열심히 재판하는 다른 판사들 얼굴에 마지막까지 먹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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