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에 빨간색 숫자가 떴다… 기다리는 답답함이 사라졌다
올해 서울 본격 도입되는
빨간불 카운트다운 신호등
지난 17일 서울 시의회 앞 횡단보도. ‘얼마나 기다려야 건널 수 있을까’ 궁금해한 순간, 보행자 신호등에 숫자 ‘99′가 붉은색으로 빛났다. 98 97 96 95… 초당 하나씩 줄어들던 숫자가 6을 끝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5초 뒤, 초록색 횡단보도 신호등이 켜졌다.
‘적색 신호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이 올해 서울 시내에 본격적으로 설치된다. 서울시는 녹색 신호뿐 아니라 적색 신호의 잔여 시간까지 알려주는 보행 신호등을 지난해 12월 시청광장과 시의회 앞, 광화문 월대 앞 등 다섯 곳에 시범 설치했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교통량이 많고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주요 도로 횡단보도 350곳에 이 신호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카운트다운은 99부터 시작된다. 신호등이 두 자릿수 이상 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초록등이 켜지기 전 마지막 5초는 예측 횡단을 방지하기 위해 표시되지 않는다.
적색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은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 최근 속속 도입하고 있다.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신호등을 기다리는 답답함을 해소하고, 무단횡단 예방과 교통사고 발생 감소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청도 지난 2022년 2월 보행 신호등 보조 장치 표준 지침을 개정해 국내에서도 이 신호등을 설치할 수 있게 했다. 막대가 줄어들거나, 남은 시간이 초 단위로 줄어드는 방식 중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의정부가 가장 먼저 적색 신호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을 도입했다. 2022년 8월 보행자 통행이 잦은 횡단보도 2곳의 신호등에 도입했다. ‘보행자가 녹색 신호를 예측하고 미리 출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의정부경찰서가 도입 6개월 전후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보행자 교통사고는 3건에서 1건(66.7% 감소), 교통사고는 9건에서 8건(11.1% 감소)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11월 부산에서도 무단횡단 교통사고 다발 지역에 적색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을 설치했다. 부산시는 이 장치가 무리한 횡단보도 진입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확대 설치 계획을 밝혔다.
서울시는 행사 등 교통 환경 변화에 대응해 시간대별 신호 주기 변화가 많아 적색 잔여 시간 표시 신호등 도입이 쉽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신호 주기와 교통 환경 변화에도 적색 잔여 시간 표기가 정상 작동하도록 교통신호 제어 시스템을 지난해 하반기 업그레이드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신호등은 1868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등장했다. 적색과 녹색을 경찰관이 수동 조작했다. 전기 신호등은 1914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빨간불이 켜지면 정지, 꺼지면 출발하는 단순한 형태였다. 빨강·노랑·초록색 3색 신호등은 1918년 뉴욕 5번가에 처음 설치됐다. 오늘날과 체계가 같은 100% 전자동 신호등은 1928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국내 첫 신호등은 1940년 등장했다. 기둥에서 세 가지 색깔의 날개가 번갈아 튀어나오는 날개식 수동 신호기였다. 서울 종로 화신백화점 앞, 을지로입구, 조선은행(현 한국은행 본관) 앞 등 세 곳에 설치됐다. 점등식 신호등은 광복 후 미군이 들여왔다. 1978년 중앙 통제 시스템을 갖춘 온라인 신호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실시간 신호 제어 시스템이 도입돼 신호는 물론 교통 정체까지 해결해주고 있다.
보행자 녹색 신호 작동 시간은 1m 걷는 데 1초가 걸린다고 간주하고 여기에 초기 진입 시간 7초를 더해 산정된다. 길이 15m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 15초에 7초를 더한 22초 동안 녹색 신호가 작동한다. 어린이나 노인 보호 구역은 1m를 0.8초에 걷는다고 간주해 산정된다. 따라서 횡단보도 길이가 15m로 같더라도 보호 구역 안에 있을 경우 녹색 신호가 4초 더 긴 26초 동안 작동한다. 모든 횡단보도에서 이 계산 원칙이 균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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