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될 수도, 나뉠 수도 없는… 양안은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채민기 기자 2024. 1.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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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이슈 읽기] 총통 선거로 본 대만 역사

벼랑 끝에 선 타이완

리처드 부시 지음|박행웅·이용빈 옮김|한울아카데미|576쪽|4만9800원

대만은 왜 중국에 맞서는가

뤼슈롄 지음|부자오치 옮김|미디어워치|372쪽|2만원

도둑맞은 자전거

우밍이 소설|허유영 옮김|비채|472쪽|1만7800원

대만 총통 선거가 최근 집권 민진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세계의 이목이 대만에 쏠리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대만이 인기 관광지로 뜨는 동안 양안(兩岸·대만과 중국)의 지정학은 그만큼 주목받지 못했다. ‘벼랑 끝에 선 타이완’(한울아카데미), ‘대만은 왜 중국에 맞서는가’(미디어워치), ‘도둑맞은 자전거’(비채)는 각각 외국 전문가, 내부 정치가, 문인(文人)의 시선으로 대만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깊은 이해를 제공한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손기영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대만연구센터장,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가나다순)에게 자문하고 Books팀이 검토해 선정했다.

◇민주화된 대만, 내부 분열 극복해야

‘벼랑 끝에 선 타이완’(2023)은 대만과 중국·미국의 관계뿐 아니라 대만 사회 내부의 변화에 주목한다. 미 브루킹스연구소 타이완연구 의장을 지낸 저자는 “타이완의 민주화가 구심점”이라고 분석한다. 대만은 장제스·장징궈 부자(父子)가 총통직을 세습했던 시대를 거쳐 1996년부터 총통 직선제로 전환했다. 이후 민진당·국민당 사이에서 정권이 세 차례 교체됐다.

지난 16일 대만 타이베이 도심의 자유광장에서 의장대원들이 국기를 내리고 있다. '청천백일만지홍기'는 1928년 중화민국의 국기로 채택됐지만 중국에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어긋나는 대만 독립의 상징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EPA 연합뉴스

이런 상황은 중국과 미국에 딜레마를 안겼다. 중국은 이제 대만의 지도자뿐 아니라 대중도 설득해야 한다. 통일하려면 대만의 개헌을 거치거나 군사 행동을 감행해야 한다. 만약 양안의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 역시 대만 방위에 나설지 결정해야 한다.

대만의 민주화는 분명한 성과지만 분열의 위험도 내재돼 있다. 저자는 대만 출신 지인을 인용해 민진당과 국민당이 서로를 적으로 여기면서 “진짜 적은 90마일 떨어진 해협 반대편에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무시한다”고 지적한다. 민진당을 친미·반중, 국민당을 친중 노선이라고 하지만 “두 진영은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 의존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국민들 사이에도 중국의 일국양제(한 나라의 두 체제)식 통일에 반대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양당은 이를 바탕으로 협력해 국가적 전략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타이완은 (중국을) 무시할 여지가 별로 없고, 오류를 범할 여유는 더욱 없다.”

‘대만은 왜 중국에 맞서는가’(2021)의 원제는 ‘兩岸恩怨如何了?’(양안의 은혜와 원한은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발전적 미래를 모색한 책이다. 여성 최초 대만 부총통이었던 저자는 ‘하나의 중국’ 대신 ‘하나의 중화(中華)’를 주장한다. 중국식 통일 대신 양안을 ‘중화 연방’으로 통합하고, 대외적 위협에는 공동으로 대응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각자의 주권을 행사하자는 구상이다.

매년 900만명이 양안을 오가고 무역액은 연간 1900억달러에 달한다. 한편 대만 여론조사에서 스스로를 ‘대만인’으로 여기는 사람이 1991년 13.5%에서 2020년엔 83.2%로 늘었다. 대만 사람들이 ‘중국인’ 또는 ‘중국인이면서 대만인’이라고 자기 정체성을 규정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양안은 억지로 하나가 될 수도 없고, 칼로 베듯 나눌 수도 없는 관계다.

◇소설로 형상화한 100년사

‘도둑맞은 자전거’(2023)는 대만 현대사를 세밀한 필치로 그려낸 소설이다. 주인공 ‘청’이 아버지가 1992년에 도둑맞은 자전거의 행방을 추적하는 줄거리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엔 자전거로 이동하는 ‘은륜(銀輪) 부대’가 있었고, 나중에 자전거는 대만 서민의 생계수단이 됐다. 자전거는 식민지 시기부터 현대를 넘나들면서 그 페달을 밟았던 본성인(초기 이주자), 외성인(1949년 전후 국민당과 건너온 사람들), 원주민을 호출한다.

국제정치라는 렌즈에 포착되지 않는 이들의 삶이 촘촘하게 얽혀 대만 100년사의 그림이 완성된다. 역사 소설이 아니면서도 역사를 철저히 분석해 튼튼한 뼈대를 구축했다. 1947년 장제스 정부가 본성인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2·28 사건, 일본군에 징발돼 버마(현 미얀마) 밀림의 전선을 누비다 대만으로 건너와 2003년 타이베이 동물원에서 85세로 숨진 코끼리 ‘린왕’의 일생이 사실적으로 등장한다.

2018년 대만 작품 최초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역자에 따르면 당시 주최 측이 작가의 국적을 ‘대만, 중국(Taiwan, China)’으로 바꾸자 작가가 항의해 표기가 ‘대만(Taiwan)’으로 되돌려진 일이 있었다고 한다. 대륙과 해양의 단층선에서 대만이 마주해 온 파동이 아직도 진행 중임을 보여준 장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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