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인간은 더 불안해져
유석재 기자 2024. 1. 20. 03:03
신탁 콤플렉스
조현설 지음 | 이학사 | 208쪽 | 1만6000원
구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심 봉사를 구한 승려는 ‘공양미 삼백 석을 바치면 눈을 뜨리라’고 말한다. 딸 심청은 공양미 삼백 석을 대신 내 주겠다는 장 승상 부인의 제안도 거절하고 인당수로 간다. 도대체 왜? 심 봉사가 공양미를 내겠다고 등록하면서 신탁(神託·oracle)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됐고, 그 약속은 ‘약조를 지키지 않으면 눈을 뜰 수 없으리라’는 신의 명령으로 전환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탁은 두려움으로 똬리를 틀었던 것이다.
신탁이란 ‘신이 사람을 매개자로 해 그의 뜻을 나타내거나 인간의 물음에 대답하는 일’을 말한다. 서울대 국문과 교수인 저자는 신화·전설·민담을 들여다보다 ‘신탁의 역설’을 발견하고 여기에 신탁 콤플렉스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신탁을 절대화하고 매달리며 일상을 방해할 정도로 작동할 때 신탁에 의존하는 심리 상태가 된다는 얘기다.
그리스 신화의 오이디푸스를 비극으로 몰아간 것도 바로 이 신탁 콤플렉스였지만, 우리 신화에는 바리데기나 가믄장아기처럼 신탁에서 거리를 확보하는 탈(脫)신탁 콤플렉스 유형이 종종 나타난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은 점복과 주술 문화가 한국 사회에 드리운 불안과 거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방법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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