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대 1로 아파트 청약 당첨되고도… 계약 포기 속출
작년 10월 일반 분양에 나선 서울 동대문구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 이른바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가 12억원에 육박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1순위 청약에서 24가구 모집에 2393명이 지원해 99.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특별공급(97가구) 역시 6대1의 준수한 경쟁률을 나타내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계약에 들어가자 당첨자 절반에 가까운 54가구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실시했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15가구가 계약에 실패해 오는 23일 2차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 청약이 모두 끝난 후에 계약을 포기하거나, 부적격 당첨으로 계약을 못한 물량을 모아 추가로 실시하는 청약이다. 청약 통장이 없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추첨으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서울 분양 단지에서 계약 포기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해 시세가 떨어지는 가운데 분양가는 급등하면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고분양가에 ‘청약 무용론’이 퍼지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1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청약 흥행에도 ‘N차 무순위’ 속출
19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오는 3월 입주를 앞둔 서울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지난 16일 전체 771가구 중 미분양 158가구에 대한 무순위 2차 청약을 실시했다. 앞서 지난달 미분양 197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1차 무순위 청약에서도 39가구를 털어내는 데 그쳐 재차 무순위 청약에 나선 것이다. 이 단지는 작년 9월 1순위 청약 당시 401가구 모집에 5626명이 청약을 신청해 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계약을 포기한 당첨자가 대거 발생했고, 이후 3개월간 진행된 선착순 계약에서도 197가구가주인을 찾지 못해 무순위 청약에 나선 것이다.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높은 분양가가 꼽힌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12억7855만~13억8699만원으로, 인근 상도더샵1차(2007년 준공) 전용 84㎡ 실거래가가 12억3000만원임을 고려할 때 시세 차익을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도 계약률이 저조하긴 마찬가지다. 작년 8월엔 25.2대1의 평균 경쟁률로 전 평형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하지만 미계약분이 많아 작년 10월 72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았고, 여전히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아 지난달 2차 무순위 청약(48가구)을 진행했다.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와 강동구 ‘강동 중앙하이츠 시티’도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지 못해 최근 각각 8차, 5차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
◇분양가 치솟아 청약통장 ‘해지 러시’
본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막상 계약 단계에서 포기자가 잇따르는 것은 고분양가 영향이 크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495만원으로 1년 전(2978만원)보다 17.4% 뛰었다. 반면, 서울 아파트 값은 같은 기간 2.18% 하락했다. 작년 1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 지역이 분양가 상한제에서 벗어나고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분양가는 뛴 반면 시세는 하락해 과거처럼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어, 당첨자들이 계약을 앞두고 부담을 느낀 것이다.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청약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561만3522명으로 1년 전(2638만1295명)에 비해 76만7773명 감소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6월 2703만1911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달까지 18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고금리로 대출 여건도 좋지 않아 금리 인하가 시작되기 전에는 고분양가 단지들이 미분양을 털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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