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낸 ‘이재명 선거법’ 판사, 재판 더 미뤘다

16개월 재판하다 돌연 사표 내더니
“증인 신문 미루자”는 李 요청 수락
“한 두달 늦는다고 뭐 안 달라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흉기 피습 이후 17일 만이다. 그는 목에 밴드를 붙인 채 증인 3명을 1시간 넘게 직접 신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재판장 강규태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을 시작하며 “제가 사직하지 않았더라도 (이 재판부에서) 2년간 재판 업무를 마치고 원칙적으로 담당 업무가 변경될 예정이었다”며 “처음부터 총선 전에 (판결이) 선고되기 힘든 사건이었다”고 했다. 자신이 다음 달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판을 지연시킨다’는 지적을 받자 해명한 것이다. 그는 또 “작년 9월 이 대표의 국회 대정부 질문 참석과 단식 장기화로 공판 기일을 두 번 변경한 것 외에는 계속 격주로 증인 신문을 해 현재까지 증인 49명 중 33명에 대한 신문을 마쳤다”고 했다. 그동안 재판을 지체한 적이 없다는 취지였다.

이날 재판에서 강 부장판사는 다음 달 2일로 예정돼 있던 증인 신문을 새 재판부로 넘겨 달라는 이 대표의 요청도 받아들였다. 다음 재판은 3월 8일에 열리는데 새 재판부가 지난 재판 내용을 파악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증인 신문은 3월 22일 재개될 예정이다. 재판이 그만큼 늦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강 부장판사는 “(이 대표와 검찰) 양측이 (결국)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이 대표의 신분은 바뀌지 않는다”면서 “(재판이) 한두 달 늦어진다고 뭐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16개월간 재판을 해 온 부장판사가 돌연 사표를 낸 데 이어 사표가 수리되기도 전에 재판을 미루면서 납득하기 힘든 변명을 했다”면서 “책임 있는 판사라면 퇴직하는 날까지 신속하게 재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에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된 이후 강 부장판사에게 재판을 받아 왔다. 이 재판은 절반을 넘어선 상태다. 이 대표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 알고 있었으면서 몰랐다고 한 혐의에 대한 심리는 작년 말에 끝났다. 국토부 협박으로 백현동 개발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사실과 달리 말한 혐의에 대한 심리는 시작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