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때 쓴 8만원짜리 꽃다발, 3만원에 팔아요”
“어제 아침 아이 졸업식 촬영할 때 딱 한 번 든 장미 꽃다발 팝니다. 10송이에 안개꽃까지 풍성해요. 8만원 주고 샀는데 3만원에 드려요.”
전국 초·중·고교 졸업식 시즌이 시작되면서 ‘중고 꽃다발’을 거래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높아진 생화 가격에 꽃다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진짜 꽃으로 만든 꽃다발 대신 비누로 된 꽃 등 대체품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19일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소셜미디어 등에는 “졸업식 행사 당일 사용했던 생화 꽃다발을 정가 이하의 가격으로 되판다”는 내용의 글이 다수 보였다. “어제 구입했고 오늘 졸업식 끝나고 판매한다” “잠깐 사용했지만 관리를 잘해 꽃이 다 싱싱하고 예쁘다” 등의 글과 함께 장미, 국화, 안개꽃, 프리지어 등으로 꾸려진 꽃다발 사진도 올라왔다. 4만~5만원 정도 하는 생화 꽃다발은 중고로 1만~2만50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었다. 상태가 좋은 꽃다발들은 올리자마자 곧바로 판매됐다.
‘중고 꽃다발’이 거래되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최근 출하량 감소, 고물가 등으로 꽃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1~19일 기준 프리지어의 평균 경매 가격은 1단(10송이)에 3672원으로 1년 전(3110원)보다 18.1% 올랐다. 2020년 같은 기간(2710원)과 비교하면 35.5% 오른 것이다. 꽃다발에 많이 사용되는 안개꽃은 1년 전 1만2785원에서 1만6233원으로 약 27%, 수국도 4679원에서 5919원으로 26.5% 상승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비누로 만든 꽃다발이나 쿠키·캔디를 이용해 만든 대체 꽃다발도 인기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권현주(48)씨는 “이달 초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자녀 졸업식이 있었는데 비누꽃 꽃다발 하나만 사서 졸업식에 모두 활용했다”며 “졸업식이면 몇 시간 사진 찍을 용도로 꽃을 사는 건데, 생화는 한 번 보고 금방 시들어 버리면서 가격이 너무 비싼 것 같다”고 했다.
경기 수원에 사는 김현경(49)씨는 지난 5일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막대 사탕 10여 개를 엮어 포장지로 둘러싼 캔디 다발을 가져갔다. 김씨는 “졸업식용 꽃다발 가격이 5만원은 하는데 사탕 값에 포장지 정도 해서 3만2000원 정도가 들었다”며 “돈도 아끼고 아이도 친구들에게 캔디 다발을 자랑했는데 일석이조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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