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 바지 여성에 “장딴지 드러내, 정신 상태 한심”...北 영상 보니

김민서 기자 2024. 1. 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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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뢰 문화 전파” 공개 재판
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10대 소년 2명에 대해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하고 수갑을 채우고 있다. /샌드연구소 영문뉴스 제공 영상 화면 캡처

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16세 소년 2명에게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하는 공개 재판 영상이 공개됐다.

북한 인권 단체인 ‘샌드연구소 영문뉴스레터’가 19일 본지에 제공한 3분 8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북한 당국이 평양시 청년공원 야외극장에 청소년 수백 명을 모아놓고 남학생 두 명에게 수갑을 채우는 장면이 나온다. 평양 소재 중학교 3학년인 학생들은 머리를 완전히 밀고 회색 죄수복을 입고 있다. 이 영상은 북한 당국이 제작한 내부 주민용 사상 교육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해설자는 학생들이 “겨우 16살밖에 안 되는 미성년”이라며, 이들은 물론 담임 교원, 지역 청년동맹 책임지도원 등의 신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괴뢰 영화와 음악 등을 유포한 학생들에게 각각 12년형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며 “썩어 빠진 괴뢰 문화는 학생 소년들에게까지 전파되어 자라나는 새 세대들을 반동 사상 문화의 희생물들로 만들고 있다”고 꾸짖는다. 두 학생은 2021년 11월~2022년 1월 수십 종의 한국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 한국 노래 등을 시청·유포했다고 한다. 영상 속 인물들이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옷차림이 가벼운 것으로 볼 때 코로나 시국인 2022년 봄·여름 무렵에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샌드연구소가 입수한 영상에 나모는 파마머리 여성과 6부 바지에 샌들을 신은 여성. 영상은 이런 차림을 해괴망측하다고 비난한다./샌드연구소 제공

영상엔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옷차림과 머리를 따라 했다는 이유로 단속에 적발된 평양 여성들 모습도 나온다. 6부 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여성 이름과 얼굴이 공개되고 해설자는 “장딴지가 휑하게 드러난 짧은 바지를 입고 끌신(슬리퍼)을 신고 수도를 돌아다니면서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정신 상태가 한심하다”고 비판한다. 평범한 파마 머리의 다른 여성을 두고는 “해괴망측하다” “괴뢰를 흉내 낸다” “어떻게 평양시민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라고 비난한다. 해당 영상에 신원이 공개된 이들은 평양에서 추방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20년 한국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 한류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유포 시 최대 사형까지 처벌을 강화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지난해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평양 문화어 보호법’을 채택하고 남한 말을 비롯한 외국식 말투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주민들에게 경고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는 당시 “김정은의 문풍을 따라 배우라”며 “민족어에 다른 나라 말이나 잡탕 말이 흘러들면 민족어의 고유한 모습이 점차 사라지게 되고 나아가서는 사멸해버리게 된다”고 했다.

북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27조 남조선사상문화전파죄 조항./샌드연구소

탈북민들은 남한 영상물 시청·유포 시 적발돼 공개 처형을 당한 경우도 있다고 증언한다. 통일연구원이 펴낸 ‘북한인권백서 2023′에는 한국 영화 시청은 마약 투약보다 처벌 수위가 높아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다거나 공개 처형 당한 사례를 들었다는 증언 등이 기록되어 있다. 한국 영화는 1시간에 교화형 1년에 해당된다. 음란물의 경우 최대 교화 10년형을 받기도 하고 추방당하기도 한다.

백서에 담긴 탈북민 증언을 보면 남한 영상물을 접한 북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남한과 북한을 비교하게 됐다고 말한다. 한 탈북민은 “한국 드라마가 환상적이어서 북한 사회와 비교됐고, 의사 표현과 외모를 꾸미는 게 자유로운 남한 영상물 속 한국 모습을 보며 사람답게 사는 것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 남한 영상 속 집을 유심히 보면서 (김씨 일가) 동상을 청소하고 초상화를 닦는 자신들의 일과와 비교하니 꼭 철창 속에 갇힌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한 주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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