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강제퇴장 공방… 대통령실 “매뉴얼 준수” 野 “왕정 회귀”

이상헌 기자 2024. 1. 20.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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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바꾸라고 요구하다가 강제 퇴장당한 것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강 의원이 악수 도중 윤 대통령을 끌어당기면서 위력을 행사한 만큼 위해 상황으로 판단했고, 경호 매뉴얼인 '경호원칙'대로 위험 상황을 대통령으로부터 떨어뜨리는 이격술(離隔術)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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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경호원칙 이격술 적용”
與 “尹, 당황해 손 놓아달라 할 정도”
野 “대통령 지나간 뒤 과잉경호”
姜 “대통령 사과-경호처장 파면을”
진보당 강성희 의원(가운데) 18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하며 끌려 나가고 있다. 전주=뉴시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를 바꾸라고 요구하다가 강제 퇴장당한 것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야당은 “과잉 경호와 왕정국가로 회귀하고 있다”며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고, 여당은 “무례함은 대한민국 좌파의 상징이냐”고 맞받았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경호원의 대응 매뉴얼인 ‘경호원칙’대로 했다는 입장이다.

● 與 “윤 대통령 당황해 ‘손 놓아 달라’ 할 정도”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경호처는 매뉴얼대로 대응한 것”이라며 “과잉 대응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 의원이 악수 도중 윤 대통령을 끌어당기면서 위력을 행사한 만큼 위해 상황으로 판단했고, 경호 매뉴얼인 ‘경호원칙’대로 위험 상황을 대통령으로부터 떨어뜨리는 이격술(離隔術)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경호처는 강 의원의 입을 막고 팔다리, 머리 등 몸을 붙들어 그를 끌어낸 게 즉흥 대응이 아니라 경호원칙에 있는 대로 조치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2009년 5월 백원우 전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사죄하라”고 소리쳤을 때도 경호원들이 비슷하게 대응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강 의원에게만 국한된 이례적 대응이 아니라는 취지다.

여당은 “무례함은 대한민국 좌파의 상징이냐”며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맞아 전북도민을 축하하고 앞으로 전북 발전에 대한 비전을 말하러 간 행사 성격을 감안할 때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의도적으로 한 행동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일부러 소란을 만든 것이라는 취지다.

전날 행사장에서 강 의원 바로 옆에 있었던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도 이날 “강 의원은 대통령과 악수하던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은 채 연이어 소리를 질렀다. 대통령이 잠시 당황해서 ‘계속 인사를 해야 되니, 손을 좀 놓아 달라’고 할 정도였다”며 “잔칫집 분위기를 깨 자신의 정치 선전장으로 만들고자 대통령에 대해 계획된 도발을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 野 “경호 과잉” 비판·운영위 개최 요구

더불어민주당은 “경호 과잉”이라고 맹공을 쏟아내며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왕정국가로 회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강 의원이 끌려 나가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최고위 회의에서 재생하며 “경호가 발동된 건 윤 대통령이 (강 의원과) 악수를 마치고 이미 몇 발짝 멀리 걸어 나간 이후다. 어쩔 수 없이 경호를 발동했다는 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운영위 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 규명을 위해 국민의힘에 운영위 개회를 공식 요청한다. 수용하지 않으면 야당 단독으로 열 수밖에 없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도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경호처가 과도한 경호권을 행사한 건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의 권위를 짓밟고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경호처장 파면을 요구했다. 그는 “현역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짐짝처럼 끌어내는데 힘없는 국민은 어떻게 대하겠나”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외 순방 중인 김진표 국회의장을 조만간 만나 국회 차원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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