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부, ‘金여사 디올백 사과’ 동시다발 요구

조권형 기자 2024. 1. 20.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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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 눈높이서 생각할 문제”
비대위-인재영입위 등 당내 기구
초선-중진도 “해명을” 잇단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한 사과, 해명 요구가 19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 전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다”고 물꼬를 트자 비상대책위원회와 인재영입위원회 등 당 기구와 초선, 중진, 대통령실 참모 출신 인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여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김 여사 리스크를 확실히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에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 측과 갈등이 있나’라는 질문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문제이니 갈등이라 할 만한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 불쾌감이 노출되면서 총선을 80여 일 앞두고 용산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여권에서 나온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본인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제 입장은 어제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영입한 이용호 의원(재선)은 이날 통화에서 “국민은 ‘죄송하다, 인정하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정훈 의원은 “일반 국민들이 사기도 어려운 가방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충분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총선에 출마할 인사 영입 실무를 맡고 있다.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이날도 “영부인의 지위와 역할, 기대치가 있는 건데 그걸 무너뜨린 것”이라며 사과를 촉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당사자인 김 여사가 가방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야 한다”고 했다.

與내부 “尹-金여사 직접 의견 표명해야… 발표엔 골든타임 있어”

‘디올백 사과’ 공개 요구
“대통령, 국민 불편한 마음 헤아려야… 재발 방지 위해 제2부속실 등 필요”
윤재옥 “정치 공작에 말려들면 안돼”
한동훈 “윤재옥과 생각 다르지 않아”

“대통령과 가족들이 국민들의 불편한 마음을 헤아리는 건 정치의 기본이고 본질이다.”(국민의힘 조정훈 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

“(대통령실이) 어떤 무슨 발표를 해도 골든타임이 있다.”(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19일 국민의힘에선 수도권 현역과 중진 의원, 당 기구 관계자 등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 백’ 수수 논란에 대한 사과, 해명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앞서 서울 마포을에 출마 선언을 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이수정 경기 수원정 예비후보 등 원외 인사들로부터 시작된 김 여사 사과 요구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유감 표명을 계기로 현역 의원들로 확산한 것.

한 위원장은 이날 디올 백 수수 논란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 때문에 대통령실과 갈등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국민 눈높이에서 해결해야 할 점을 내세워 대통령실의 공감을 얻어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위원장은 ‘당에서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의힘은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는 정당이고, 여러 의견을 허용하는 정당”이라고 밝혔다.

● 韓 “국민의힘, 여러 의견 허용하는 정당”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19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방문해 김종생 총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약자를 위해 도움 될 수 있는 삶을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익명을 요구한 한 비대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직접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깔끔하게 하고 넘어가는 게 이 시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부위원장은 “보수 지지층 시민도 길거리에서 만나면 ‘가방을 왜 받았느냐’고 걱정한다”며 “대통령실 제2부속실 구성을 발표하면서 ‘국민들 걱정을 잘 안다. 더 성숙하고 신중하게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유감 표명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후속 조치에 대한 요구도 이어졌다. 영남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상황에 대한 설명과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제2부속실, 특별감찰관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초선 의원은 “만일 문제가 있다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따른 적절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1월까지 대통령실에 있었던 전희경 전 대통령정무1비서관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들 입장에서 ‘저런 식으로 선물이 오갈 수 있는 건가’ 하는 감정적인 부분들로 굉장히 동요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국민들이 실망한 부분이나 궁금해하는 부분이 있다면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동훈, 윤재옥과 회동 뒤 “생각 다르지 않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수수 논란이 ‘정치 공작’인 점을 재차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의원총회에서 본질을 잊어버리고 이야기하다 보면 정치 공작의 노림수에 말려드는 것이니 본질을 정확하게 알고 응답했으면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원내대표로서 부당한 정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관점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경율 비대위원이 ‘수도권과 대구·경북 인식 차이’를 언급한 데 대해 “갈라서 지역별로 인식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윤 원내대표와 20여 분간 따로 만났다. 이후 한 위원장은 “제 목소리와 윤 원내대표의 목소리는 다르지 않다”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한 위원장과 생각이 다를 게 없다. 저는 본질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결국 대통령실의 가시적인 조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기류다. 한 친윤 의원은 “이미 한 위원장이 유감 표명을 한 만큼 여러 가지를 다분히 고려하면서 (이슈 해결을) 진행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로부터 전향적인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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