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지에 실망…윤석열·이재명 버렸다"

고정애 2024. 1. 2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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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이 진짜 떠났다고 느낀 건 지난해에요. 해외순방이 컸어요. 윤석열 대통령을 다시 지지할 가능성이요? 없어요.”

울산에 거주하는 57세 여성은 정의당 지지자였지만 지난 대선에선 윤 대통령을 선택했다. 지금은 아니다. 결정적인 이유로 ‘김건희 여사 논란 중 순방’을 꼽은 그는 윤 대통령이 뚜렷이 해나가는 게 없다고도 느낀다. 참모들은 물론 야당과 소통도 미흡하다고 본다. 그런데도 “이번 총선에서 정권 심판, 야당 심판 어느 게 중요한가”란 질문에 “야당 심판”이라고 답했다.

#2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어요. 국민의힘보다는. 그래도 (민주당이) 대중의 편이라고 생각해요.”

서울에 거주하는 50세 남성은 2017년에 이어 지난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줬다. 민주당 지지자라고 할 수 있다. 그에게 “지금 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1점(거의 없다)”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 탓에 민주당의 역할이 굉장히 협소해졌다고 여겨서다. 그는 “민주당은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반면 서울의 58세 남성은 “아직도 이 대표를 믿는 편”이라며 “이 대표가 사퇴하면 민주당에서 더 멀어질 것 같다”고 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또는 이 대표에게 투표했으나 이제는 멀어진 이들의 토로다. 4·10 총선을 80여일 앞둔 가운데 이들처럼 민주당·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무당층은 넷 중 한 명꼴이다. 최근 한국갤럽 조사(1월 16~18일)에서 26%, 전국지표조사(NBS, 1월 8~10일)에서 29%였다. 2022년 20대 대선 직전에 입장 유보층이 한 자릿수 대(NBS 8%, 한국갤럽 9%)였던 걸 감안하면 상당수가 지지했던 정당에서 이탈한 상태로 볼 수 있다. 누가 이들을 끌어당길 수 있느냐가 총선의 승부처가 될 수 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중앙SUNDAY가 이들의 표심 분석을 위해 에스티아이에 의뢰,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국민의힘 이탈층, 민주당 이탈층 각각 12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휴대전화로 진행하였다. 인터뷰 참가자 전원은 지난 20대 대선 전후 중앙일보·한국정당학회가 주관하고 에스티아이가 수행한 3차례 패널 조사(1·2월, 대선 후 3월)의 응답 패널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번 조사에서 “대선 때 지지 후보가 좋아서가 아니라 상대 후보가 싫어서 찍었다”고 답한 중도층이다. ‘차악 투표’였기에 비교적 단기간에 지지 철회가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떠났다는 12명은 ▶배우자 논란 ▶국정 실패 ▶불통 태도 등 세 가지를 이탈 사유로 꼽았다. 특히 7명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부인이 더 마음에 안 든다”(48세 남성)라거나 “김건희 여사 문제가 있는데 (윤 대통령이) 자기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것 같다”(51세 여성)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척추 골절 결단만 하면 수술 간단, 민주당은 분쇄 골절 상태 치료 어렵고 복잡”

연구원이라고 밝힌 49세 남성은 “윤 대통령이 배우자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힘에서 아무도 제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눈치만 보는데도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 흐름을 국민의힘도 인식하고 있다. 최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이 걱정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 일이 있다.

윤 대통령 이탈층의 비판이 대통령에게 집중됐다면 이 대표 이탈층의 비판은 산개했다. ▶당내 분열상 ▶국정 비협조 ▶이 대표 논란으로 요약되나 방향이 달랐다. “계속 (정부를) 헐뜯는 데만 집중했다”(29세 남성), “거대 야당으로 힘을 못 내고 있다”(47세 남성)가 맞서고 “이재명 리스크가 없었다면 민주당이 훨씬 나은 정당이 됐을 것이다”(57세 여성), “이 대표가 물러나는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45세 여성)가 충돌했다.

이탈층은 그러나 지지했던 정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4점 스케일로 봤을 때(전혀 아니다 1점, 매우 그렇다 4점), 윤 대통령 이탈층은 2.33점, 이 대표 이탈층은 2.5점이었다. 반면 상대 당으로 옮길 가능성은 각각 1.88점과 1.38점으로 낮았다. 이탈층이라곤 해도 기본적인 정당 선호에서 차이가 나서다. 윤 대통령 이탈층 전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민주당을 불신했다. 경북의 51세 여성은 윤 대통령을 향해 “독선적” “불통”이란 단어를 썼지만 “지금 현재는 이 대표 때문에 민주당이 싫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 이탈층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부산의 42세 여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할 가능성은 0%”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지를 복원하기 위해서 먼저 각 당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 이탈층의 요구는 윤 대통령의 변화 필요성으로 수렴됐다. 윤 대통령이 주요 현안 이슈에서 국민 여론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면 다시 지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이탈층의 처방은 단일하지 않았다. ‘이 대표 중심의 당 활동’(28세 여성, 부산), ‘이 대표에 대한 의혹 해소’(45세 여성, 전북)란 식으로 대비됐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지지 정당(인물)에 대한 실망감으로 현재 이탈했지만, 상대 정당(인물)에 대한 비호감과 거부감이 더욱 강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두 당 이탈층을 골절에 비유하면 국민의힘의 경우 척추 부위이긴 하나 결단만 하면 수술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경우 여러 부위에 걸쳐 분쇄 골절인 격이라 외려 수술이 복잡하고 까다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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