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출산휴가 나쁘지 않다" "아이 낳게 할 정도는 아니다"

채혜선.문상혁 2024. 1. 20.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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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저출산 해법, MZ세대 반응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의 한 공공산후조리원 신생아실의 요람이 비어 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총선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경쟁적으로 저출산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합계출산율 0.6명대로의 추락을 목전에 둔 상황을 양당은 ‘국가 소멸 위기’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2030 청년 세대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MZ세대 20명의 목소리를 들어본 결과 육아휴직 확대 등 일부 대책에는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 반면 “지원금 준다고 아이를 낳지는 않을 것”이란 냉소도 흘러나왔다.

여야 공약 중 겹치는 내용은 새로운 컨트롤타워의 신설이다. 국민의힘은 인구부(총리급)를, 민주당은 인구위기대응부 신설을 공약했다.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것도 공통 공약이었다. MZ세대는 컨트롤타워보다는 육아휴직 등 제도 변화에 더 주목했다. 2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배지은(36)씨는 “아빠 출산휴가로 남성도 육아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 같다”고 평했다. 자영업자 최지윤(37·미혼)씨도 “부모가 일하면 아이는 온종일 누군가에게 맡겨지는 만큼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휴가나 육아휴직 급여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반겼다.

자영업자들 “우린 육아휴직도 없다”

하지만 육아휴직이나 아빠 출산휴가가 ‘결혼→출산’으로 이어질 정도로 과감한 대책은 아니라는 반응도 적잖았다. 직장인 박모(33·미혼)씨는 “아빠 출산휴가 기간이 길지도 않고 육아휴직 급여도 한 달에 60만원 올라가는 건데 아이를 낳게 할 정도의 큰 혜택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김모(33·미혼)씨도 “기존 정부 대책에 숟가락 하나 더 얹은 듯 맨송맨송하고 국가 위기를 해결한 만큼 파격적인 대책도 아닌 것 같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임대주택과 현금 지원에 집중했다. 두 자녀 출산 때 24평형 주택을, 세 자녀 출산 때 33평형을 분양 전환 공공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고 소득·자산과 관계없이 모든 신혼부부에게 가구당 1억원(결혼 후 7년까지)을 대출해 주는 식이다. 첫 아이를 낳으면 무이자, 둘째는 여기에 원금 50% 감면, 셋째는 원금 전액을 감면한다. 둘째는 5000만원, 셋째는 1억원을 지원한다는 뜻이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언뜻 파격적으로 보이는 통 큰 대책이지만 반응은 엇갈렸다. 생후 14개월 딸이 있는 직장인 이모(34)씨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24평 임대아파트를 받자고 둘을 낳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2·미혼)씨도 “당장 애 낳고 살 곳을 찾는 사람에겐 좋겠지만 미혼 입장에선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고 했다. 직장인 정성욱(38)씨는 “파격적인 대책인 동시에 가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고 지적했고, 아이 둘을 키우는 직장인 성원준(39)씨는 “1억원이 아니라 최소 2억원은 빌려주고 아이 낳을 때마다 더 크게 탕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33·미혼)씨는 “애를 낳을 계획이 있는 부부에겐 분명 도움이 되는 대책”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직장인 강모(36·미혼)씨도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주거에 대한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1억원 대출과 임대주택을 동시에 받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약속한 고용보험 미가입자의 일·가정 양립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기대와 함께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공존했다. 속눈썹 연장숍을 운영하는 김효정(32)씨는 “육아휴직은 우리 같은 사람에겐 해당이 안 된다. 자영업자는 쉬고 싶어도 못 쉰다”며 “아이를 낳느냐, 돈을 버느냐의 선택인데 먹고 살 대책이 없으니 결국 아이를 안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를 운영하는 장모(34)씨도 “소규모 사업주의 경우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꾸는데 어떤 대책을 마련한다는 건지 의아할 뿐”이라고 말했다.

출판업계에서 프리랜서를 일하는 김지연(36)씨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에게 휴가는 못 쓰는 게 아니라 없는 것”이라며 “이런 현실을 감안해 보다 촘촘한 대책이 나오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프리랜서 쇼호스트인 임헌진(33)씨도 “요즘은 남자든 여자든 커리어가 제일 중요한데, 자리에 대한 불안감이 큰 직업은 아무래도 출산이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 저출산 해결 의지는 반가워

여야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출산 자체를 꺼리는 MZ세대의 분위기가 바뀌긴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만만찮았다. 단기간에 대책 몇 가지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경쟁과 수도권 쏠림 등 사회구조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다. 증권사에 다니는 송모(33)씨는 “청년 세대가 이런 대책 때문에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지는 않을 것 같다”며 “차라리 늘어나는 1인 가구 대책을 세우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야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데 대해서는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지난해 7월 결혼한 직장인 이어진(33)씨는 “첫째도 낳지 않으려는 현실에서 첫째 아이 지원이 부족한 건 아쉽지만 뭐라도 지원책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엔 반드시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졌으면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선모(38)씨도 “아이를 부부가 함께 기를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무엇보다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채혜선·문상혁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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