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야의 힘 정쟁에만 쏟고, 대표 리스크에 정책 이슈 묻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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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재명을 버렸나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가 이후 지지를 철회한 이들의 목소리는 ‘윤석열 대통령 이탈자’들보다 격렬하지 않았다.
하지만 철회 이유의 방향이 정반대를 향하곤 했다. “윤석열 정부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해서”와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반대만 한다”가 충돌했고,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와 “이 대표가 물러나면 민주당으로부터 더 멀어질 것이다”가 맞붙었다. 공감대가 넓어 보이지 않았다.
대선 때 이 대표에게 투표했으나 현재 이탈 상태인 이들의 목소리다.
영수회담 뿐 아니라 대표 모임도 못해
▶29세 남성(경남·청원경찰)=“민주당이 한 번 더 집권했으면 했다. 이 후보는 행정을 해본 능력도 있으니까. 대선에서 졌는데도 인정하지않고 계속 헐뜯는 데만 집중해서 지지하지 않게 됐다.”
▶45세 여성(전북·프리랜서)=“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과 합당선언을 하는 걸 보고 위기의식을 느껴 투표권을 행사하러 갔다. 이 대표에 대해선 이전 예능 프로그램이나 업적을 보며 호감을 갖게 됐다. 이후 주변에서 안 좋게 몰아가니까 지지하는 정당이 사라졌다. 당원들끼리 똘똘 뭉쳐야 한다. 이 대표가 물러나는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42세 여성(부산·자영업)=“윤 대통령이 더 별로였다. 현 민주당의 모습은 선호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한 입법 활동이 추진되는 게 적었다. 국민의힘과 항상 정쟁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이 대표의 소통 능력은 믿는다.”
이 대표 물러나면 마음 더 멀어질 것
▶60세 남성(서울·자영업)=“서민경제나 이런 쪽으로 지식이 상대 후보보다 많아서 이 대표를 지지했다. 지금 보면 거대 야당인데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국민을 위한 정치보단,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는 그런 쪽에 가깝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가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걸 하면 야당으로서 정확하고 명확하게 잘못된 걸 짚고 항의해야 하는데 너무 흐지부지되고 속 시원하게 되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인원에 비해서 말이다. 이 대표 본인은 국민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걸, 경기지사 땐 잘했는데 (대표로선) 아직 못 보여주는 것 같다.”
▶35세 여성(서울·사무직)=“대선엔 져도 민주당 의석이 훨씬 많아서, 국회에서 진행은 별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전과) 똑같이 싸우고 변화되는 건 없고, 그런 부분이 좋지 않았다. 또 ‘경제는 모르겠고 돈이나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는 현수막도 기분이 많이 나빴다. (민주당이) OK 했으니 내보낸 것 아니냐. 그런 걸 보면 조금 이중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47세 남성(서울·사무직)=“원래 민주당 지지자인데 요즘 돌아가는 것 보면, 그냥 밥그릇 싸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상식이 상식이 아닌 세상이 된 것 같은데, 거대 야당으로서 힘을 못 내고 있다.”
▶33세 여성(서울·사무직)=“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는데 이 기회를 잘 이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이 대표의 사퇴 여부가 문제가 아니고 당이 얼마나 잘하냐가 문제라고 본다.”
▶57세 여성(경기·전업주부)=“지금 민주당에서 진행된 걸 보면 공정하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원칙과 상식’ 쪽이 괜찮은 뭘 하는데도 배척했다. 수용을 안 한다. (이 대표) 재판 과정도 있다. 그 이슈로 끌려가 민주당이 발전을 못 하고 계속 제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이재명 리스크’가 없었다면 훨씬 더 나은 정당이 됐을 것 같다. 상식 같은 게 없어지고 이 대표 중심으로 묻히는 것 같다. 개딸도 과하게 나가고.”
▶58세 남성(서울·기술직)=“이 대표에게 호감이 있다. 대장동도 일부는 뒤집어쓰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지금 야당엔 그러나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면서도 힘을 못 쓰고 끌려가는 느낌이 많이 들어 실망을 많이 했다. 지금 민주당엔 재목이 없다. 아직 이 대표를 믿는 편이다. 이 대표가 사퇴하면 민주당에서 더 멀어질 것 같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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