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건보 지원 제도화’까지는 시간 걸려…소득공제 등 세제 혜택 선행 필요

오유진 2024. 1. 20.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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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의 그늘
간병비 부담이 커지면서 ‘간병살인’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앙포토]
‘간병 지옥’. 연간 10조원에 이르는 간병비는 가뜩이나 빈곤한 노인들에게 큰 부담이다. 간병인 고용 등 간병에 필요한 제반 비용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간병인 매칭 플랫폼 케어닥에 따르면 2008년 206만원이던 월 간병비는 2021년 319만원으로 54%가량 증가했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연간 4조5470억원 수준이던 사적 간병비는 2022년 10조원대로 불어났다.

모든 간병을 가족에게 떠넘기는 사회적 구조는 ‘간병살인’ ‘간병참사’와 같은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앞다퉈 ‘간병비 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총선 1호 공약으로 ‘간병비 급여화’를 내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만큼 정부와 여당도 간병비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내놓은 ‘국민 간병부담 경감방안’에 따르면 간병비는 2027년부터 건강보험 급여항목에 포함된다.

내년 7월부터 전국 병원 10곳에서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간병비 급여화가 이뤄지면 현재 100% 환자가 부담하는 간병비가 30~5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어림잡아도 연간 15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추가 재정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2027년부터라고 단서를 단 이유도 여기에 있다.

1호 공약으로 내걸었던 더불어민주당 역시 재정 마련 방안이 없어 2027~2028년부터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건강보험 재정도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28년께 고갈된다(국회예산정책). 문재인 정부 때 시행한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진료비 지출이 2022년 100조원을 넘어선 데다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결국 건강보험료율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요율을 손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관단체 간의 합의도 넘어야 할 산이다. 간병비 급여화가 본격화되면 요양병원·요양시설·재가서비스업체 이용자 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필연적이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부의 간병부담 경감방안은 상급병원, 요양병원 등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등 세부적인 정책 방향에 구멍이 많다”고 평가했다.

간병비 급여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은 만큼 간병비를 경감할 수 있는 세제 혜택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간병비는 ‘사적 계약’ 등으로 분류돼 의료비 소득공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점진적으로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병비 소득공제 등 하루빨리 간병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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