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블 잡자" 청약 경쟁률 2707대 1…'김유미 팀장' 피싱도

배현정 2024. 1. 20.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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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새해 IPO 시장
새해 새내기주(株)에 대한 구애가 뜨겁다. 이달 상장에 나서는 새내기주들의 공모가는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줄줄이 희망밴드 상단을 뚫었다. 일반 청약 경쟁률도 기록적이다. 기업공개(IPO) 첫 타자부터 전년 최고기록을 뛰어넘으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공모주 몸값이 치솟으면서 관련 사기까지 판을 치는 등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원자력 정비 기업인 우진엔텍은 16~17일 IPO 일반 청약을 진행한 결과, 27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최고 경쟁률을 보였던 에이엘티(2512대 1) 기록을 뛰어 넘었다. 주문액의 절반을 미리 납부하는 증거금도 약 3조6900억원 모였다. 같은 기간 청약을 진행한 벤처캐피털(VC) HB인베스트먼트의 일반 청약 경쟁률도 893대 1이었다. 청약 증거금만 2조5300억원이 몰렸다.

‘김희선 미용기기’ 에이피알 등 대어 준비

18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조선기자재 제조업체인 현대힘스와 포스·키오스크업체인 포스뱅크도 각각 1231대 1397대 1을 기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해외 대체자산 등에 대한 투자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IPO로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공모주 제도 개편으로 상장 첫날 가격 변동 폭이 확대된 영향도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월 증시에 IPO 기업 상장 당일 기준가격 결정방법과 주가 변동 폭을 기존 공모가의 최대 260%에서 최대 400%로 확대했다. 상장 첫날 주가 상승 폭이 공모가 대비 최대 4배까지 가능해진 것이다. 실제 지난달 IPO에 나선 3개 기업(케이엔에스·LS머트리얼즈·DS단석)의 주가가 상장 첫날 이른바 ‘따따블’(공모가의 4배 상승)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하지만 IPO 열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대어급 IPO가 줄줄이 출격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관심은 올해 첫 조(兆)단위 ‘대어’이자 코스피 수요예측 1번 타자인 글로벌 뷰티테크기업 에이피알 등의 데뷔로 옮겨가고 있다. 에이피알은 22일부터 26일까지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돌입한다. ‘김희선 미용기기’로 알려진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3718억원으로, 희망 공모가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조5169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HD현대마린솔루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HD현대그룹의 선박 수리·개조 자회사로 시가총액은 상단 기준으로 역대급인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마켓컬리, 케이뱅크, 서울보증보험 등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대형 종목들의 IPO 재도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 IPO 시장이 바닥을 찍고 하반기를 기점으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면, 올해는 그 열기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 등 IPO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에는 ‘따따블’을 미끼로 한 ‘청약 사기’까지 판을 치고 있다. ‘공모주 무상 지급’ 등을 내세운 문자 피싱이나 보이스피싱의 대명사였던 ‘김미영 팀장’을 모방한 ‘김유미 팀장’이 등장하면서 금융감독원은 최근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IPO 공모주 청약과 관련된 모든 사항은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진행되므로 반드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증권신고서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IPO 시장에서는 기관투자자의 ‘묻지마 투자’ 관행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월 중순 기관수요 예측에 나섰던 새내기주들은 하나같이 희망 공모가 상단을 뚫었다. 공모주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이 그만큼 치열했다는 의미인데, 이에 반해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는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전혀 딴 판이다. 포스뱅크의 의무보유 확약 비중은 전체 수량의 6.2%, HB인베스트먼트는 7.7%에 그쳤다. 기관투자자마저 단타(단기 투자)를 노리면서 수요예측 제도가 오히려 ‘공모가 버블’을 조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따블 미끼로 사기…소비자 경보 발령

기관투자자의 이 같은 행태를 막을 수 있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 제도는 공모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투자가가 일정 물량을 장기 보유하기로 약정하고 그 대가로 주식을 배정받는 식이다. 지난해 4월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코너스톤 제도 도입과 증권신고서 제출 전 수요조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재준 바로운파트너스 대표는 “일반 투자자보다 정보력이 우세한 기관투자자들이 단기 투자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것은 장기적 상승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근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대표는 “공모주 시장이 좋다는 것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연초만 해도 좋았던 시장 분위기기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냉각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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