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효율은 도요타 RAV4, 정숙성은 렉서스 NX 뛰어나

2024. 1. 2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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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SUV 비교 시승기
RAV4 PHEV(오른쪽)는 베스트셀러답게 화려함보단 기본기에 충실하고, NX 450h+는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화려한 게 특징이다. [사진 로드테스트]
요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배터리 성능을 높인 결과 출퇴근 땐 전기차로 쓸 수 있고, 엔진이 있으니 충전 걱정 없이 장거리 여정을 떠날 수 있어서다. 물론 단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충전을 하지 않을 경우 인증 받은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없고, 엔진이 있어 오일 교환 등 전기차에선 필요 없는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이번 비교의 주인공은 도요타 RAV4 PHEV와 렉서스 NX 450h+다.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PHEV SUV의 가격 차이(1790만원)는 합당한지 살펴봤다. 도요타 RAV4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SUV 중 하나다. 특히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 램 등 픽업 ‘빅3’를 제외한 승용 SUV 중 판매 1위다. 지난해 미국 판매대수는 43만4943대다.

도요타 RAV4 PHEV의 차체 길이와 너비, 높이는 4600×1855×1690㎜다. 렉서스 NX 450h+가 60㎜ 길고 10㎜ 넓다. 반면 차체 높이는 20㎜ 낮다. RAV4가 전형적인 SUV의 반듯한 비율을 살렸다면, NX는 완만한 A필러 각도와 뒤쪽으로 갈수록 솟구치는 윈도 벨트 라인으로 속도감을 챙겼다. 휠베이스는 두 차 모두 2690㎜로 같다.

RAV4도 PHEV 버전의 겉모습이 좀 더 과격하다. 메시 타입 그릴을 씌우고 휠 아치를 포함한 차체 하부를 블랙 유광 몰딩으로 감쌌다. 19인치 알로이 휠을 끼워 일반 RAV4 하이브리드보다 고성능 이미지도 물씬 풍긴다. 그러나 맞수로 나온 렉서스 NX 450+ F 스포츠만큼은 아니다. 거대한 스핀들 그릴과 20인치 블랙 알로이 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RAV4, 8인치 실내 모니터 ‘옥에 티’

SUV 비교
RAV4는 베스트셀러답게 화려함보단 기본기에 충실하다. 운전석과 동반석 모두 3단계 열선 및 통풍 기능을 갖췄고, 오토홀드를 포함한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 등 필요한 기능을 알차게 담았다. 특히 PHEV 모델은 가죽의 이음새를 빨간 실로 꿰매고, 시트에도 빨간색 포인트를 더해 강렬한 느낌을 강조했다.

다만 아담한 8인치 실내 모니터는 ‘옥에 티’다. 대신 ‘LG U+드라이브’로 구동하는 최신 도요타 커넥트로 보완했다. 내비게이션 맵 ‘무선 업데이트(OTA)’를 지원하고, 네이버 클로바 음성인식 인공지능(AI)도 갖췄다. 라디오나 목적지 입력 등 기능 조작은 간단한 음성 명령으로도 가능하다. 또한,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유선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편의성을 높였다.

NX는 프리미엄 브랜드답게 화려하다.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센터콘솔을 질 좋은 가죽과 금속으로 감쌌다. 14인치 대형 고화질 모니터가 운전자를 에워싼 구조도 신선하다. U+드라이브는 RAV4와 같지만, 터치 반응속도와 해상도 차이가 뚜렷하다. 전자식 기어레버와 스마트폰 무선충전, 3단계 메모리 시트, 문 여닫는 수고를 덜어줄 e-래치 등도 갖췄다.

가족용 패밀리 SUV로 접근하는 소비자는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을 중요하게 신경 쓴다. 같은 플랫폼을 밑바탕 삼지만 RAV4의 공간이 한층 여유롭다. 키 182㎝ 남성이 앞좌석을 맞추고 뒤에 앉았을 때, 주먹 1개의 여유 공간이 더 있다. 트렁크는 레이저 장비로 자체 측정한 결과 RAV4의 가로 너비가 100㎜ 더 넓고, 깊이와 높이 역시 RAV4가 넉넉했다.

하지만 내장재를 감싼 소재의 고급감은 렉서스가 한 수 위다. 가령 트렁크 바닥과 2열 등받이뿐 아니라 좌우 부위까지 흡음재로 꼼꼼히 감쌌다. 그 결과 차체 뒤쪽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도 차분하게 틀어막았다. 예상한 결과였지만, 방음 설계는 RAV4보다 NX가 더 뛰어나다. 또한 2열 열선 기능도 RAV4는 1단계로 단출한 반면 NX는 3단계로 세분화했다.

두 차는 같은 구동계를 얹는다.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 3개와 18.1㎾h 리튬이온 배터리를 조합했다. 엔진 최고출력은 RAV4가 178마력, NX가 182마력. 최대토크는 RAV4가 22.7㎏·m, NX가 23.1㎏·m로 렉서스가 조금 더 강하다. 시스템 총 출력은 각각 306, 307마력이다. 모두 뒷바퀴를 전기모터로 굴리는 ‘E-Four’ 사륜구동이 기본이다.

토요타·렉서스의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유성기어로 두 개의 전기모터(MG1·MG2) 작동을 제어한다. MG1은 엔진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는 가속할 때 엔진 구동력에 힘을 보태고, 감속할 땐 배터리를 충전한다. 뒤 차축의 MGR은 뒷바퀴에 동력을 공급하거나 배터리를 채운다. 전기모터가 변속기 역할도 겸하는 e-CVT를 쓴다.

같은 시스템이지만 연료효율은 100㎏ 가벼운 RAV4 PHEV가 좀 더 좋다. 휘발유 연비는 복합 15.6㎞/L, 전비는 복합 4.2㎞/㎾h, NX 450h+는 각각 14.4㎞/L, 3.8㎞/㎾h다. EV 주행거리도 소폭 차이가 있다. RAV4는 복합 63㎞, NX는 복합 56㎞다. 실제 NX로 왕복 62㎞ 거리를 EV 모드로 출퇴근해보니 배터리 잔량은 3분의 1, 남은 주행거리는 20㎞로 나왔다.

두 차의 밑바탕은 ‘TNGA-K’로 같지만 세부 구성은 조금 다르다. 브레이크가 대표적이다. 토요타는 앞 벤틸레이티드(방열), 뒤 솔리드 디스크를 사용하는 반면 렉서스는 뒷바퀴까지 방열 디스크를 끼웠다. F 스포츠 버전은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AVS)과 퍼포먼스 댐퍼까지 들어간다. 에어백은 RAV4는 8개, NX는 9개로 1열 센터 사이드 에어백 차이다.

PHEV에 관심 있는 운전자는 과연 배터리를 모두 사용한 상태에서 엔진만 사용하는지, 일반 하이브리드(HEV)처럼 움직이는지 등을 궁금해 한다. 브랜드마다 차이가 있다. 토요타·렉서스는 HEV처럼 움직인다. 주행 상황에 따라 엔진과 EV 주행을 적절히 오가며 효율을 높인다. 다만 HEV보다 공차중량이 무거워 연비는 소폭 떨어진다.

두 차는 전기모터 3개를 품고 있어서 가다서다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 회생제동을 통한 배터리 회복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완속 충전으로 가득 채운 배터리를 전부 소진해도 HEV처럼 움직인다. 반면 전기모터 개수가 적은 유럽 PHEV 모델은 회복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때문에 배터리를 모두 사용한 상태에선 일반 가솔린차처럼 달린다.

NX 뒷좌석 공간, RAV4보다 작아

두 차의 연비 대결은 사실상 무의미했다. 100㎏의 공차중량 차이가 있지만 같은 조건에서 거의 동일한 연비를 뽑아냈다. 배터리를 모두 소진한 상태에선 1L 당 16~17㎞, 배터리가 절반 이상 있는 상태에선 200㎞/L 가까운 신기한 숫자도 모니터에 띄웠다. EV 모드에선 두 차 모두 인증거리(56~63㎞)를 넘어 80㎞ 대 주행도 실제 출퇴근 환경에서 가능했다.

이번엔 두 차의 ‘감각’ 차이에 집중했다. 먼저 실내 소음이다. 시속 80~100㎞ 구간에서 각각 주행 소음을 측정했다. 결과 차이가 흥미롭다. 시속 80㎞에서 RAV4는 약 65㏈(데시밸), NX는 63㏈을 기록했다. 그런데 시속 100㎞에선 크게 벌어졌다. RAV4는 바닥 소음과 풍절음이 들이치면서 75㏈로 치솟은 반면 NX는 큰 차이 없이 64㏈에 머물렀다.

승차감 차이도 살폈다. RAV4는 동급 SUV 중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닌 편이다. 특히 하이브리드 구동 배터리와 MGR 전기 모터를 모두 뒷바퀴 안쪽에 배치했다. 덕분에 무게배분에 불리한 앞바퀴 굴림 기반 SUV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했다. 고속주행 안정감도 훌륭하다. 아주 예리한 핸들링을 지닌 차는 아니지만 군더더기 없는 매끈한 주행질감을 갖췄다.

그러나 NX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조향 감각이 대표적이다. 속도를 높일수록 무게감 더하는 NX의 운전대 조작 반응이 한층 선명하다. 승차감도 한층 포근한데 속도를 높이거나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단단하게 옥좼다. 정숙성과 승차감, 조향감각을 제외하면 구동계에서 오는 만족감은 같다. 0→시속 100㎞ 가속도 평균 6.1~6.2초로 호쾌하다.

이번 비교시승의 결론은 아주 명료했다. NX는 훌륭한 정숙성과 내장재 품질, 커다란 모니터를 갖췄다. RAV4는 NX와 같은 연비와 파워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다. 경쟁사 HEV SUV와 비슷한 예산으로 고를 수 있는 PHEV이기도 하다.

300마력대 파워를 지닌 ‘소식가’란 점도 매력적이다. 아파트 내 완속 충전 비용인 200원/㎾h 기준, 약 3600원이면 100% 충전할 수 있다. 충전비만 따지면 광역버스 편도 요금으로 60㎞ 이상 주행 가능한 셈이다. 3~4인 가족을 위한 공간과 운전에 자신감 더할 사륜구동도 기본이다. 가격은 RAV4 PHEV가 5700만원, NX 450h+가 7490만원부터다.

김기범 로드테스트 편집장 ceo@roadte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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