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피해 아동 지원, 자연재해 기금보다 적어…나눔 절실”

신수민 2024. 1. 2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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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신임 사무총장이 중앙SUNDAY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분유 6300만㎏, 담요 30만 장, 식량 73만4000달러어치. 1950년 한국전쟁 직후 유니세프가 한국의 아동 보호를 위해 지원한 긴급 구호 물품이다. 이처럼 ‘도움을 받던’ 한국이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건 1994년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설립되면서다. 첫해 모인 기부금 38억원으로 지구촌 어린이를 돕기에 나선 지 올해로 꼭 30년을 맞았다. 지난 연말엔 조미진 신임 사무총장이 취임하며 새로운 30년의 출발을 다짐하고 나섰다.

조 총장은 모토로라 코리아와 LG디스플레이 첫 여성 임원, 현대자동차그룹 전무 등을 지내며 인적자원 개발과 인재 관리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 그는 “이전과는 전혀 달라진 지구촌의 미래를 이끌 지금의 어린이 세대는 그만큼 막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30여 년 인재 육성 경험을 토대로 아동 보호와 권리 증진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Q : 유니세프와 어떻게 연이 닿게 됐나.
A : “운명이라고나 할까. 지난 30여 년간 ‘어떤 형태로든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삶의 나침반을 따라오다 보니 자연스레 인연이 닿게 됐다. 군인이셨던 아버지가 작전 중 돌아가신 뒤 보훈 가족으로 지내다 보니 대의를 위한 희생과 나눔의 정신이 늘 제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인재 육성 전문가가 된 것도 이런 영향이 컸다. 이젠 제 경험을 다음 세대 어린이들을 위해 활용할 때가 됐다 싶었다.”

Q : 유니세프한국위도 30주년을 맞았다.
A : “유니세프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늘 명확하다. ‘세상 모든 어린이의 권리와 행복 실현’이 그것이다. 하지만 기후·환경 문제와 양극화 심화 등 최근 지구촌 어린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긴 아동 또한 상당수다. 유니세프도 전례 없이 힘겨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Q : 어떻게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인가.
A : “현재 국내 기부금 시장은 14조원 규모로 그중 유니세프한국위원회 후원금은 15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기부는 하루아침에 하게 되는 게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눔’을 체화해야 가능한 게 기부다. 지역사회 단위부터 어린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가 존중받고 있고 나눔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 그들이 자라서 그 나눔을 사회에 환원하게 된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물질적 후원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인 ‘나눔 생태계’ 구축 캠페인에 나선 이유다. 이를 위해 국내 도시·학교·기업들과 적극 연대해 아동 친화 시스템을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조미진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신임 사무총장이 유니세프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Q : 가자지구 사망자도 60%가 어린이다.
A :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현장은 참혹하다. 특히 전쟁은 자연재해와 달리 인간에 의한 참상이란 점에서 더 비극적이다. 실제로 전쟁 피해 아동 지원 후원금은 자연재해 기금보다 적게 걷힌다. 기부자들도 정치·종교·이념 대립엔 엮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 피해 아동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휴전해야 한다.”
조 총장은 “유니세프한국위원회도 49만 명 후원자들의 헌신적인 지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며 “앞으로도 ‘더 멀리, 더 많이, 더 오래’ 정신을 ‘나눔 사회’ 구축으로 이어가며 한국의 나눔 문화에서 ‘퍼스트 초이스’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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