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똘똘한 한 채'의 종말?
답은 ‘시대’에 따라 달랐다. 주택 가격이나 취득 시기 등을 고려해야겠지만, 현재는 집값보단 ‘주택 수’가 무거운 세금 부담을 결정 짓는 주 요인이다. 다주택 소유는 투기로 규정되며, 징벌적 세금이 매겨져서다.
그런데 새해 다시 시장이 변곡점에 섰다. 윤석열 정부가 지방 소멸에 대처하기 위해 다주택자를 활용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내년 말까지 아파트 이외 소형 주택과 지방 미분양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면,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해 세금 감면 혜택을 줄 계획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세컨드홈’ 활성화 정책이다. 기존 1주택자가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 주택 1채를 신규 취득할 경우 1주택자에게 적용하는 특례를 그대로 유지해주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산세·양도세·종부세 등에서 1주택자 특혜를 그대로 줄 테니, 지방 집 좀 사라”는 메시지다. 구체적 지역과 대상 주택 가격 등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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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주택자 중과세 규제 철폐
소멸 위험 지역 집 사면 특례
」
시장에선 이러한 ‘지방 구하기’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다소 어리둥절한 반응이다. 부동산 투자의 제 1원칙은 입지다. 심지어 ‘인구 수십만 이하’ 지역엔 접근을 자제하는 것이 부동산 투자의 기본이었다. 그런데 지방에 투자하라니, 그것도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 과연 세제 혜택을 받겠다고, 소멸 위험 지역의 투자에 나설까? 의구심이 적잖다. 그런데 이번 대책은 실효성과는 별개로, 시장에 던지는 울림이 묵직하다. 업계는 ‘다주택자 면죄부’를 주목한다. 그동안 투기꾼으로 억눌려온 다주택자의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이 시작돼서다.
윤 대통령은 10일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다주택자 규제를 완전히 바꾸겠다. 집값을 올리는 부도덕자라고 징벌적으로 중과세하는 것을 철폐하겠다”고 선포했다. 이는 지난 정부와 180도 다른 노선이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규정하고,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했다. 양도차익에 따라 6~40%인 기본세율에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의 가산세를 매겼다. 취득세도 중과했다. 조정지역에서 2주택은 8%, 3주택 이상은 12%로 어마어마한 세금 철퇴를 휘둘렀다.
다주택자에 대한 이러한 철퇴는 시장의 패러다임도 흔들었다. 이때 등장한 신조어가 ‘똘똘한 한 채’다. 여러 채의 주택을 가져봐야 양도세 중과로 팔아도 남는 게 없으니, 가치 높은 한 채에 집중하자는 전략이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강남’에 방점이 찍혔다. 이는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를 가중시키며, 주택시장 양극화에 기름을 부었다.
시장 침체기, 지방의 비명이 커지면서 다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적폐로 몰렸던 다주택자는 혹한기의 ‘구원투수’로 다시 시장의 구애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자유로운 재산권의 행사와 선택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정치와 이념에서 해방 시키고 경제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부의 손짓에 시장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임대사업자제도 등 시대에 따라 혜택을 줬다 뺐었다 하는 정책에 '반신반의'의 경계심이 상당하다. 다주택자 세금 부담 완화에 대한 국민 정서상 반감도 풀어나가야할 숙제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벌써부터 ‘똘똘한 한 채’의 종말(?)론이 피어나고 있다. 발빠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실속 있는 지역별 2급지 리스트도 떠돌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본격 은퇴에 따라, 실거주 주택 외 월세 등 임대를 위한 주택 매수 수요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개념이 전환되면, 투자 전략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똘똘한 한 채가 주름잡던 주택 패러다임도 바뀔 수 있을까.
배현정 경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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