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리듬 감각 기르기

이지혜 기자 2024. 1. 2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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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예전에,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손이 아주 빠른 친구가 있었어요. 현란한 기타 연주가 가능했죠. 그런데 문제는 그 친구가 박치였다는 거예요. 딱 네 마디만 완벽한 연주자였어요.”

기타 선생님은 ‘당신은 박치입니다’라는 한 마디를 위해 이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그렇다. 칼럼에서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듯이 나는 매우 리듬감이 없는 편이다.

선생님은 요 몇 주 내게 리듬감을 길러주려 열심이다. 메트로놈 박자에 맞춰 입으로 딱딱 소리를 내거나 테이블 치기를 반복한다. 오른손 스트로크 연습을 하며 박자에 맞춰 발구르기도 해본다. 몇 마디를 넘기지 못하고 엇박이 나곤 한다.

기타를 배우기 전에는 내가 박치라거나 리듬 감각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노래방에 갔을 때 화면 속 가사와 내 노래 가사의 속도가 달라 당황해본 적도 없다. 많은 사람 사이에서 박자에 따라 박수를 칠 때나 가볍게 몸을 좌우로 흔들 때도 나 혼자 튀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박치라니…!

최근 혼자 악보를 보고 연주해보는 숙제를 받고 마룬5의 ‘선데이 모닝’을 쳐봤다. 그런데 웬걸. 이건 뭐 전혀 새로운 노래였다. “선데이 모닝 레인 이즈 폴링~”

내가 아는 그 노래 어디 있지? 어찌저찌 코드는 잡았는데, 이게 뭐지? 당황한 나는 선생님께 톡을 보냈다.

“쳐봤는데, 제가 아는 그 노래가 아니에요.”

“리듬 지옥에 빠졌군요. 그 곡의 그루브를 소화하는 건 둘째치고 싱커페이션조차 가늠이 안 될 테니.”

어? 싱커페이션? 우리말로는 ‘당김음’이라고 하는데, 흔히 반의 반박자 정도 음을 당겨치는 걸 말한다. 선생님이 말하고 나서야 이 곡에 당김음이 있는 걸 알았으니, 이 정도로 리듬감이 없어서야.

따지고 보면, 박자 자체를 크게 의식하면서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디 음악뿐이겠는가. 일을 할 때도 쉴 때도 멋대로 마구 내달리거나 푹 늘어지는 일이 많았다.

그러니 제대로 연주되지 않는 음악처럼 생활도 삐그덕댔던 걸지도 모른다. 주위의 속도 같은 건 관심 없이 혼자 달리면서 내 속도도 제어 못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나는 기타를 배우면서 삶의 박자 감각을 익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주가 잘못된 길로 갈 때마다 메트로놈이 바로잡아줄 거예요.”

특유의 똑딱거리는 소리가 싫다며 메트로놈을 멀리하는 내게 기타 선생님이 자주 하는 말이다.

박자만 잘 맞아도 연주가 들을 만해진다. 박자 감각이 없으니 듣기 싫어도 메트로놈을 켜야 한다. 내 몸에 박자 감각을 익힐 때까지. 한번 해보지 뭐.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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