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진도와 매그니튜드
진도는 말 그대로 흔들림의 크기를 뜻한다. 일본 기상청의 분류로는 진도 7이 최고 등급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나 1995년 고베 대지진이 지도 7이었다. 이번 지진에서 진도 7을 기록한 곳은 이시카와현 시카마치다. 내가 있던 고치는 지진 발생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진도 2로 흔들림을 느낄 수 없었다.
지진 규모, 즉 ‘매그니튜드’란 용어도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이는 지진 때 방출하는 에너지량이다. 규모가 지진 자체의 절대적 세기를 뜻한다면, 진도는 특정 지점에서 느끼는 흔들림의 정도를 뜻한다. 규모가 커도 진원지가 먼바다나 지하 깊숙한 곳이라면 육지 표면의 진도는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규모가 작은 지진이라도 지표면 가까이에서 발생하면 진도는 높아진다. 큰 지진이 거의 없는 한국에서는 진도와 지진 규모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노토 지진의 경우 지진 규모가 7.6이었는데 한국 일부 언론이 ‘진도 7.6’이라고 잘못 쓴 경우도 있었다. 진도는 소수점 이하가 없다.
과거의 대지진은 우연히도 자민당이 아닌 당이 집권할 때 일어났다. 고베 대지진 때는 사회당이, 동일본 대지진 때는 민주당이 집권했다. 지진에 대한 정부 대응이 아무리 훌륭해도 국민은 불만을 갖기 쉽다. 그래서 자민당의 재집권에 지진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노토 지진은 자민당 집권 시기에 발생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진 발생 2주 만에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 무라야마 총리는 이틀 후, 간 총리는 바로 다음 날 방문했다. 이 때문에 기시다 총리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비자금 의혹으로 자민당과 기시다 총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진 마당에 지진 대책이라도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집권당에 대한 불만은 쌓이지만 그렇다고 정권 교체를 기대할 만한 야당이 없어 일본 유권자들은 연초부터 마음이 무겁다.
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