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강성희 강제퇴장 논란…'소동 예상' 적중했다?

신진환 2024. 1.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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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무 복귀 뒤 강화된 경내 경호
한동훈, 이재명 향해 "망상"…취재진도 놀라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하던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경호처 경호원들에게 강제로 끌려 나간 사태가 발생했다. 대통령실은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이었다"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말 그대로 격동의 한주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지역 행사에서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대통령실 경호처에 의해 강제로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장 '과잉 진압' 논란이 불거졌다. 여당은 '강퇴 호소인'이라고 칭하며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야권은 경호처장을 당장 경질하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 일정을 소화하는 중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당무에 복귀했다. 이 대표에 대한 경호가 강화되면서 언론과 소통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 민주당은 출입기자단의 의견을 수렴해 백브리핑의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대표를 향해 날 선 목소리를 내면서 눈길을 끌었다. 반면 여당 안팎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선 김경율 비대위원이 마포을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고 공개 발언하면서다. 특히 해당 지역구 출마를 준비해 온 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개혁신당이 65세 이상 어르신의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월 1만 원씩 교통카드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이후 대한노인회가 발끈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탈북민) 196명 중 엘리트 계층이 10여 명으로 201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경호상 위해 행위'라는 대통령실 경호처 판단에 따라 행사장 밖으로 끌려 나가고 있다. 강 의원은 "국민 뜻을 전달한 것"이라며 소동을 벌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대통령이 포용했더라면"...'강성희 퇴장' 과잉 경호 논란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밖으로 끌려 나가는 일이 발생했어.

-윤석열 대통령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는데, 강 의원이 윤 대통령과 악수하면서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하자 대통령 경호원들이 강 의원의 팔과 다리를 들어서 퇴장 조치한 거야.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어. 양측의 현장 상황 설명은 달랐어. 대통령실 측은 강 의원이 대통령과 악수한 뒤 손을 놓아주지 않았고, 잡은 손을 자기 쪽으로 당기기까지 했으며 고성을 질렀다고 했어. 반면 강 의원은 국민 뜻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인사말을 건넨 것이었고 행사장을 방해할 만한 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통령실은 '강 의원의 소동 및 퇴장 조치 상황'이라며 해당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어. 영상을 살펴봤는데 행사장 음악 소리가 커서 강 의원이 '고성'을 질렀는지는 파악이 어려웠어. 윤 대통령과 강 의원이 손을 맞잡은 건 약 6초 정도였는데, 경호원이 강 의원 손을 윤 대통령으로부터 떼어냈더라고. 또 대통령실 관계자 말대로 강 의원이 윤 대통령 잡은 손을 본인 쪽으로 잡아당긴 모습이 담기긴 했는데 '대통령과 또 행사에 참석한 국민들의 안전에 위해가 가해질 수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어.

강 의원과 윤 대통령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31일 윤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가운데 피켓 들고 있는 강 의원. /국회사진취재단

-강 의원은 전북 전주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어.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전북의 발전을 위해서 중앙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축하 말씀을 하기 위해 간 자리였는데, 이런 일을 벌인 건 금도를 넘어선 일"이라고 했는데, 한편으론 지역민들이 다 있는 곳에서 그 지역구 국회의원을 팔, 다리를 들면서까지 퇴장 조치해야 했나 싶기도 해. 출입 기자들 사이에서도 '과잉 경호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어. 당연한 일이지만 강 의원은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 검색대를 통과하고 몸수색까지 받은 상태였어. 또 윤 대통령이 강 의원을 지나친 후에도 경호처 측에서 강 의원에게 손날치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어. 반면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국가 고위 지도자에 대한 경호 수위가 이전보다는 불가피하게 다소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어.

-사실 강 의원의 '소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지난해 10월 31일 윤 대통령이 올해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을 때 연설 내내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의 임기'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었어.

-그래서 강 의원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대통령실 일부 출입기자들은 '오늘 또 소동 벌이는 거 아닐까'하는 예측을 하기도 했는데, 적중(?)한 셈이지. 대통령실 경호처도 만반의 준비를 했나 봐. 강 의원에 따르면 강 의원 바로 뒷자리에 경호원이 앉아 있기도 했대. '요주의 인물'로 예의주시했던 것 같아.

-만약 윤 대통령이 강 의원의 발언과 다소 과격한 행동에 대해 "말씀 잘 듣겠습니다. 행사 중이니 손 좀 놔주세요"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도 강 의원이 손을 계속 잡으려고 하고 소리를 냈다면 비판의 화살은 강 의원을 향했을지도 몰라. 끌려가는 강 의원을 보고도 윤 대통령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른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모습도 조금 아쉬웠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15일 만인 17일 국회 당무에 복귀했다. /남용희 기자

◆15일 만에 돌아온 이재명, 강화된 국회 경호...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당무에 복귀했지.

-맞아. 부산 가덕도 현장에서 흉기 피습을 당한지 15일 만이야. 지난 17일 오전 8시 52분 이 대표가 국회 본청 앞에 도착했어. 밝은 표정으로 천준호 비서실장, 권혁기 정무기획실장과 인사를 나누더라고. 이 대표는 "세상 모든 사람이 겪는 이 현실적인 어려움의 그 고통에 비한다면 제가 겪은 이런 일들은 어쩌면 사소한 일이라 생각한다"라며 "국민들께서 맡긴 책임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어.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도 미소를 띠며 등장했지.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회의 시작 전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국민들에게 인사를 전하기도 했어. 회의가 진행되는 당대표실 뒤 걸개 현수막 문구도 이 대표의 귀환을 알리듯 '다시,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로 바뀌었지. 이 대표는 22대 총선, 민생, 한반도 정세, 윤석열 정부 비판 등을 다루며 그 어느 회의 때보다 긴 발언을 이어갔어. 특히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는 강한 발언에 현장에 있던 최민희 국민소통위원장이 놀라기도 하더라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당무에 복귀했다. 흉기 피습 후 15일 만이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죽이려 해도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발언 당시 피습 부위에 반창고가 붙어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이 대표에 대한 경호 강화로 국회 경내에서도 기자들 질문이 어려워졌다면서.

-복귀한 직후 권 실장은 "이 대표 경호가 강화돼서 백브리핑은 안 된다"라는 입장을 내놨어. 국회 방호과 직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이 대표 곁을 바짝 따라다니면서 보호하더라고. 보통 이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 나온 후면 기자들이 양쪽으로 붙어 질문하곤 하거든. 피습 사건을 명분으로 취재를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반발이 터져 나왔어. 외부 현장에서 질서 유지를 위해 경호를 강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신원이 인증된 기자들의 질문을 막을 필요가 있냐는 거지. 당은 출입기자단의 의견을 수렴한 뒤 안정적인 백브리핑 방식과 방향을 검토하고 있어.

-이 대표는 지난 18일 피습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과 차담회도 나눴다고 하던데.

-지난 2일 이 대표 흉기 피습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기자들과 위로를 나누는 명목으로 진행됐어.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우리의 목표는 절박하게 51%를 얻는 것"이라며 "151석 이상을 얻어 원내 제1당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관련해서는 "평가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말을 아끼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고 해. 이 대표에게 당 통합, 선거제 개정 등 남은 과제가 산적한 만큼 정치권 시계가 빠르게 흘러갈 것 같아. 실제로 한 참모진에 따르면, 이 대표의 복귀 의지가 상당히 강했다고 하더라고. 다만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이 대표의 정신적, 신체적 트라우마로 인해 선거 운동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법으로도 펜으로도 죽여보고 안되니 칼로 죽여보려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라는 발언에 대해 "그 정도면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남용희·장윤석 기자

◆"망상 아닌가요?" 기자들도 놀란 한동훈 '말말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망상'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맞아.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비공개 오찬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어. 이 대표가 피습 15일 만에 국회로 복귀하며 한 발언을 직격한 거였지. 당시 이 대표는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러고 안되니 칼로 죽여보려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거든. 여기서 법은 검찰 수사, 펜은 언론, 칼은 날것 그대로의 폭력을 의미하는 것 같아. 한 위원장은 취재진이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로 물었고, 한 위원장은 인상을 찌푸리며 "그 정도면 망상 아닌가요?"라고 답했어.

-한 위원장은 "제가 이상한 얘기는 안 하려고 했는데요. 누가 죽여본다는 얘긴가요? 제가? 우리 국민의힘이? 아니면 국민들이?"라며 도저히 동의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어. 그러면서 "그건 그냥 굉장히 이상한 사람이 굉장히 나쁜 범죄를 저지른 것뿐 아니냐"라며 "(이 대표 사건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걸 그렇게 정치적으로 무리하게 해석하는 건 이 대표다운 말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지.

한 위원장은 이 대표 피습 직후 빠른 쾌유를 빈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선을 그었다. 사진은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이 대표를 예방한 모습. /배정한 기자

-최근 한 위원장 발언 중에 가장 수위가 높은 편에 속했다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도 망상이라는 단어에 흠칫 놀란 듯했어. 망상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더욱 그러지 않을까 싶어. 망상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망령된 생각을 뜻하는데, 여기서 또 망령이라는 건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을 벗어남'을 의미하거든. 한 위원장이 다소 거친 단어를 사용한 배경에는 이 대표가 자신이 받은 피해를 확대재생산 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아. 한 위원장은 이 대표 피습 당시 곧바로 빠른 쾌유를 빈다는 입장을 냈었는데,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는 확실히 선을 그은 셈이지.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한 언급이 한 번 더 있었다며?

-응. 한 위원장은 자신이 개혁안으로 제시한 국회의원 정수 250명 축소안을 두고 야권에서 정치혐오라고 비판한다는 질의에 "제가 국회에서 여러 가지 답변을 할 때 좌석들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며 "250명이면 충분하다. 이 대표께서 늘 조언을 들으시는 정성호 민주당 의원께서도 250명이면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답했어. 아무래도 총선을 앞둔 상황인 만큼 선명성을 부각하려는 의도인 것 같아. 이들 사이에 또 어떤 표현들이 오가게 될지 한번 두고 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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