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에 담긴 과학과 예술의 교류

장혜수 2024. 1.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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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를 해부하다
클림트를 해부하다
유임주
한겨레출판

그림 ‘키스’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그리고 생물체를 갈라 헤쳐 그 내부 구조를 살피는 일인 해부. 언뜻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단어가 책 제목에서 하나로 묶였다. 이유는 의학적, 세밀히는 해부학적 관점에서 클림트의 작품 세계를 분석한 책이기 때문이다.

고려대 의대 교수이자 해부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클림트의 ‘키스’에는 정자와 난자, 이들이 결합한 접합자(수정란), 이어 세포 분열이 일어난 배아 등의 형상이 담겨 있다. 저자는 입 맞추는 남녀가 걸친 옷의 패턴 속에 숨겨진 이들 형상을 하나씩 포착해 소개한다.

화가인 클림트는 어떻게 이런 해부학적 지식을 얻게 됐고, 작품에 넣게 됐을까. 그가 살았던 19세기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수많은 과학자, 예술가 등을 배출했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발전을 추동했던 이들은 살롱을 중심으로 서로 교류했다. 저자는 책 앞부분에 이런 시대적 배경을 설명한다.

저자는 ‘키스’ ‘다나에’ ‘여인의 세 시기’ 등 클림트의 작품뿐 아니라 에곤 실레, 에드바르 뭉크, 프리다 칼로 등 다른 화가의 작품 속에 숨겨진 생명 관련 코드도 해부학적 관점에서 풀어낸다. 읽고 나면 그림이 확실히 전과 다르게 보인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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