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애환의 현실, 그리고 따듯함
신준봉 2024. 1. 20. 00:01
정진영 지음
무블
문학상을 받거나 교과서에 실릴 ‘명작’은 아니다. 그렇다고 함량 미달인 것도 아니다. 빠르게 읽히지만 더러 가슴을 친다. 글쓰기도 거침없지만 소재나 장르 면에서도 거침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정진영 작가의 첫 소설집에서 받게 되는 인상이다.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월급사실주의’ 동인, JTBC 드라마 ‘허쉬’의 원작 작가 등으로 지명도라는 상징자본을 착실히 쌓고 있는 듯하지만 소설집은 처음이라고 한다. 10여 년에 걸쳐 쓴 12편을 묶었다. 그런 만큼 다채로운 모색, 글쓰기의 변천 같은 것도 눈에 들어온다.
맨 처음 배치한 표제 단편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를 읽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밥벌이가 될지. 역시 갈고 닦은 최신 작품들이 좋다. ‘안부’ ‘징검다리’ 같은 단편들이다.
두 작품은 ‘이 시대 먹고 사는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룬다’는 동인의 불문(不文) 강령에 충실한 모양새다. 자영업자로 상징되는 덜 가진 자들의 고통과 애환을 실감 나게 전한다. 기자 출신으로, ‘빡세게’ 취재해서 소설 쓴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살인적인 콜센터 노동 환경, 공사판 심부름 등을 전전하는 중년을 각각 다뤘다. 칙칙한 소재인데도 결국은 마음이 따듯해진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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