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덕 부르스 [詩의 뜨락]

2024. 1. 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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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자

눈꺼풀이 가물가물 내려오는
다 늦은 저녁에 무신 마을 회의를 간다고
단내 폴폴 나는 감자 쪄 들고
우정인 어매가 납작 엎드려 계단을 오르는디
엉거주춤 팔 하나 쭈욱 뻗어 계단에 올리고
팔 하나 납작 내려 다리 움켜잡고
흔들흔들 다리를 마악 들어 올리는디
어라, 마침 건너편에서 절뚝절뚝 걸어오던 종분씨가
후다다닥 달려와 우정인 어매 엉덩이를 살짝 받쳐 드는디
얼레, 허리에 두 손 받치고 뒤로 자빠질 듯 다가오던
금례씨가 넘어진 아이 안듯 어매를 일으켜 세우는디
아싸아, 흙 묻은 손바닥 탁탁 터는디
감자 껍질은 툭툭 벌어지는디
마침 감나무 가지에 걸린 저녁노을에
풋감도 은근슬쩍 물들어가는디

-시집 ‘니들의 시간’(창비) 수록

김해자 약력

△1961년 신안 출생. 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 ‘해자네 점집’, ‘해피랜드’ 등 펴냄. 만해문학상, 백석문학상, 전태일문학상, 이육사문학상, 구상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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