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2주전...美, 中서 코로나 유전정보 받고도 놓쳤다

안경애 2024. 1. 1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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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이미지=미국 CDC
2019년 12월 NIH의 유전자은행 데이터베이스에 제출된 문서(나중에 삭제됨)와 코로나 바이러스 염기서열 정보. 미 보건복지부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유전자 데이터베이스가 팬데믹 발발 2주 전인 2019년 12월말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중국 과학자들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2019년 12월 말,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 국립보건원(NIH)으로 8페이지의 유전자 코드가 전송됐고, 여기에는 곧 팬데믹으로 이어질 바이러스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과학자들이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방대한 염기서열 분석 데이터 저장소에 보낸 유전자 암호에는 몇 주 전 우한에서 65세 남성을 감염시킨 정체불명의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는 것. 이 데이터를 보낼 당시는 중국 정부가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 전이었다.

그러나 미 NIH가 운영하는 연구 데이터 저장소는 2019년 12월 28일에 받은 이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하지 않았다. 대신 3일 후 중국 과학자들에게 추가적인 기술적 세부 사항과 함께 유전자 염기서열을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이후 호주인과 중국인 바이러스 학자 두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데 2주 가까이 걸렸고, 이를 토대로 세계 각국이 진단키트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 과학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데이터를 공개하려 했다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는 미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17일 발표한 문서에서 처음 드러났다. 이 문건은 2020년 초 팬데믹을 일으킨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 정부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는 최소 2주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동시에 위험한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미국 모니터링 시스템도 허점을 드러냈다. 미국이 매일 세계 각국에서 저장소로 보내지는 수많은 유전자 중 잠재적 팬데믹 위험요인을 분류하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것.

미 NIH와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17일 "NIH가 중국 과학자에게 보완 정보와 답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답을 받지 못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하원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보건복지부 고위 관리인 멜라니 앤 에고린(Melanie Anne Egorin)은 당시 NIH가 이 데이터를 검토했지만 과학적으로 들여다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자들로부터 수정 요청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하자 유전자은행(GenBank)으로 알려진 데이터베이스는 2020년 1월 16일 미발표 염기서열 대기열에서 제출물을 자동 삭제했다.

중국 과학자들이 왜 반응하지 않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제출자 중 한 명인 릴리 런(Lili Ren)은 베이징 국영 중국의학원 산하 병원균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런 박사 팀은 당시 보낸 것과 동일한 염기서열을 다른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공개한 직후인 2020년 1월 12일 GISAID라는 다른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됐다. 2월 초에는 수정된 버전의 코드를 미 유전자은행에 다시 제출하고 관련 논문도 발표했다.

시애틀 프레드허친슨암센터의 바이러스학자 제시 블룸은 2019년 12월 말에 유전자 염기서열을 검토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발병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주 앞서 전세계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시작하고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편 중국 런 박사팀은 2019년 12월 24일 우한 시장의 65세 상인 환자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를 확보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미국에 유전자 정보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 스크립스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인 크리스티안 앤더슨은 이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가 미국 저장소로 보내져도 그 위험도는 파악하기 힘든 구조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저장소에는 수억 개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보관돼 있고, 이를 선별하는 프로세스의 대부분은 자동화돼 있다.

컴퓨터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크리츠-크리스토프는 "당시에는 유전자은행을 운영하는 NIH 센터의 어느 누구도 그 중요성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미국과 세계 보건 당국이 공중 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염기서열을 포착할 수 있도록 유전자은행 같은 데이터베이스 운영·관리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고위험 병원체와 비슷한 병원체는 자동으로 걸러지도록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부 사항이 누락됐거나 수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런 체계가 돌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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