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2주전...美, 中서 코로나 유전정보 받고도 놓쳤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유전자 데이터베이스가 팬데믹 발발 2주 전인 2019년 12월말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중국 과학자들로부터 전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18일(현지시간) 2019년 12월 말,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미 국립보건원(NIH)으로 8페이지의 유전자 코드가 전송됐고, 여기에는 곧 팬데믹으로 이어질 바이러스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과학자들이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방대한 염기서열 분석 데이터 저장소에 보낸 유전자 암호에는 몇 주 전 우한에서 65세 남성을 감염시킨 정체불명의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는 것. 이 데이터를 보낼 당시는 중국 정부가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 전이었다.
그러나 미 NIH가 운영하는 연구 데이터 저장소는 2019년 12월 28일에 받은 이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에 추가하지 않았다. 대신 3일 후 중국 과학자들에게 추가적인 기술적 세부 사항과 함께 유전자 염기서열을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중국 과학자들은 이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
이후 호주인과 중국인 바이러스 학자 두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데 2주 가까이 걸렸고, 이를 토대로 세계 각국이 진단키트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중국 과학자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데이터를 공개하려 했다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을 조사하는 미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17일 발표한 문서에서 처음 드러났다. 이 문건은 2020년 초 팬데믹을 일으킨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 정부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는 최소 2주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알고 있으면서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동시에 위험한 새로운 병원체에 대한 미국 모니터링 시스템도 허점을 드러냈다. 미국이 매일 세계 각국에서 저장소로 보내지는 수많은 유전자 중 잠재적 팬데믹 위험요인을 분류하는 체계가 부족하다는 것.
미 NIH와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17일 "NIH가 중국 과학자에게 보완 정보와 답변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답을 받지 못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하원 공화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보건복지부 고위 관리인 멜라니 앤 에고린(Melanie Anne Egorin)은 당시 NIH가 이 데이터를 검토했지만 과학적으로 들여다보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자들로부터 수정 요청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하자 유전자은행(GenBank)으로 알려진 데이터베이스는 2020년 1월 16일 미발표 염기서열 대기열에서 제출물을 자동 삭제했다.
중국 과학자들이 왜 반응하지 않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제출자 중 한 명인 릴리 런(Lili Ren)은 베이징 국영 중국의학원 산하 병원균연구소에서 근무했다.
이후 런 박사 팀은 당시 보낸 것과 동일한 염기서열을 다른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공개한 직후인 2020년 1월 12일 GISAID라는 다른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됐다. 2월 초에는 수정된 버전의 코드를 미 유전자은행에 다시 제출하고 관련 논문도 발표했다.
시애틀 프레드허친슨암센터의 바이러스학자 제시 블룸은 2019년 12월 말에 유전자 염기서열을 검토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정체불명의 폐렴 발병을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주 앞서 전세계가 코로나 백신 개발을 시작하고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한편 중국 런 박사팀은 2019년 12월 24일 우한 시장의 65세 상인 환자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를 확보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미국에 유전자 정보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 스크립스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인 크리스티안 앤더슨은 이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라고 말했다.
한편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가 미국 저장소로 보내져도 그 위험도는 파악하기 힘든 구조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저장소에는 수억 개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보관돼 있고, 이를 선별하는 프로세스의 대부분은 자동화돼 있다.
컴퓨터 생물학자인 알렉산더 크리츠-크리스토프는 "당시에는 유전자은행을 운영하는 NIH 센터의 어느 누구도 그 중요성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미국과 세계 보건 당국이 공중 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염기서열을 포착할 수 있도록 유전자은행 같은 데이터베이스 운영·관리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고위험 병원체와 비슷한 병원체는 자동으로 걸러지도록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세부 사항이 누락됐거나 수정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이런 체계가 돌아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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