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돌려본 죄, 12년 노동형”…북한 청소년 공개재판 영상 입수
[앵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돌려봤다는 이유로 10대 학생들에게 우리의 징역형과 비슷한 노동교화형 12년을 선고하는 영상을 BBC가 보도했습니다.
봉건적인 3대 세습 체제에서 주민들을 외부 정보로부터 철저하게 차단시키려는 북한 지배층의 강압적인 통치 행태가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양민철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노천극장으로 보이는 곳에 10대 남학생 2명이 마스크를 쓴 채 수백 명의 학생들 앞에 서 있습니다.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재판에 세워진 학생들로, 12년의 노동교화형,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수십 종의 괴뢰 영화와 괴뢰 TV극, 20곡의 괴뢰 화면곡을 시청·유포한 리○○ 군과 문○○ 군에게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언도했습니다."]
소년들의 사진과 이름, 수갑을 채우는 모습까지 공개됐습니다.
["이제 겨우 16살밖에 안 되는 미성년입니다. 외래문화에 유혹돼서 분별없이 돌아치다가 끝내는 자기 앞길을 망치고 말았습니다."]
영상은 또 '7부 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여성의 신상을 공개하고, 괴뢰, 즉 남한 문화 등의 침투로 평양의 분위기가 오염되고 있다며 비난을 이어갑니다.
["썩어 빠진 서양 문화, '양키'에 단단히 물들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2022년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영상은 북한 문제를 연구하는 'SAND 연구소'가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남한 문화의 유입을 경계해 온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는 별도의 법까지 만들어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남한 영화나 도서 등을 시청·유포할 경우 최대 사형까지 처할 수 있게 하는 등 남한 문화 유입 차단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최경희/SAND연구소 대표 : "남한 문화를 동경하거나 남한 문화가 깊이 내재돼 있고, 그걸 향유하게 된다면 김정은의 권위는 상대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고, 그걸 인정받지 못하게 되는 거죠."]
정부는 영상의 진위 등은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보장을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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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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