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성평등' 머리맞댄 한일 기자들…"시작하면 변화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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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시끄러운 사람들이 또 난리군'이란 반응도 있었습니다. 4년이 지난 이제는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로 세우는 것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취재 대상에 여성이 너무 적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됐죠."
이번 간담회는 한국 여성 기자들이 일본 매체 중 선제적인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아사히신문을 방문해 언론의 성평등 정책·보도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댄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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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처음에는 '시끄러운 사람들이 또 난리군'이란 반응도 있었습니다. 4년이 지난 이제는 구체적인 수치를 목표로 세우는 것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취재 대상에 여성이 너무 적다'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됐죠."
한국여성기자협회 임원진과 일본 아사히신문 간부급 등 기자들이 19일 오후 아사히신문 도쿄 본사 신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일 미디어 성평등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간담회는 한국 여성 기자들이 일본 매체 중 선제적인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아사히신문을 방문해 언론의 성평등 정책·보도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댄 자리다.
아사히신문은 2020년 4월 언론 보도 다양성 확대를 위한 '젠더 평등' 선언을 하고 조직 내 성평등 증진과 성평등 보도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지면에 소개되는 남녀 비율, 관리직 여성 비율, 남성 육아휴직 취득률 등 14개 지표 목표 달성률을 신문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는 경영진에서 직원들에게 내려온 정책이 아니라 편집국 기자들의 주도로 회사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 사례다.
이를 주도한 기자 중 한명인 미시마 아즈사 네트워크보도부 차장은 "기자들이 젠더 선언을 제안했고 회사에 초안을 올리게 됐다"며 "일단 작게 시작해서 키우자는 생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선언 이후 변화는 찾아왔다. 지면의 '사람'란에 소개되는 여성의 비율이 선언 전 28.4%에서 2022년 45.8%까지 상승했다.
편집국 내 모든 출고 관련 부서가 젠더 담당 데스크를 1명 두고 있으며, '젠더 평등' 면을 상설해 운영하는 등 보도 다양성을 늘렸다.
사내 성평등 보도를 연구하고 확대에 노력하는 자발적인 모임인 '젠더 잡담회'는 5명으로 시작해 80명으로 늘었는데 그중 30%가 남성 회원이다.
한국여성기자협회는 이 자리에서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와 함께 운영 중인 '언론인트라우마태스크포스(TF)'의 활동을 일본 측에 소개했다.
TF가 앞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남녀 기자 모두 취재 중 트라우마를 경험하며 온라인상에서 댓글 공격을 겪는 사례가 많았으나 여성 기자들은 특히 성범죄 관련 취재 시 트라우마를 겪은 비율이 남성 기자보다 크게 높았고 온라인 공격에서는 성적 수치심을 주는 언급을 겪은 사례가 많았다.
언론인트라우마TF를 이끄는 이정애 한국여성기자협회 이사는 "온라인 언론인 공격에 대한 해법을 찾는 노력의 하나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 법조인들과 연합해 방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일 양국 언론인들 모두 '갈 길이 멀다'는 데는 공감을 표시했다.
아사히신문의 젠더 프로젝트 담당 후쿠시마 노리아키 집행임원은 "일본과 한국에는 성별 격차라는 과제가 있다. 미디어업계는 여론을 리드하는 곳인데도 젠더 격차 해소에는 뒤처져 있는 것"이라며 "강한 문제의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경희 한국여성기자협회 회장은 "이런 선제적인 언론 성평등 정책들을 한국에서도 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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