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호 최악의 변수, '핵심' 김승규 십자인대 파열→소집해제...아시안컵 우승 악재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최악의 소식을 마주한 TEAM 클린스만다.
대한축구협회는 19일 "김승규(알 샤밥)가 18일 훈련도중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당했다. 금번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소집해제 결정했다. 선수는 가족들이 카타르에 와있는 상황이라 귀국 일정은 추후에 결정된다"고 했다. 이어 "어젯밤 자체 게임 훈련 도중 김승규가 부상을 입었다. 늦게 MRI 결과가 나왔고 소집해제가 결정됐다"고 덧붙였다.
64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던 TEAM 클린스만가 결국 부상이라는 악재를 마주했다. 대회 직전까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선택을 받고 있던 거의 모든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아시안컵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완전체 전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대회 후반부도 아니고, 조별리그 1경기 만에 주전 골키퍼의 부상 악재라는 큰 손실을 입게 됐다. 1990년생인 김승규는 2006년에 울산 현대에 입단하게 되면서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커리어 초반에는 모든 골키퍼가 그랬듯이 백업으로서 뛰었지만 점차 울산의 주전으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2012시즌 후반기부터 울산의 주전이 된 김승규는 2013시즌부터는 울산의 골문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한국 최고의 팀 중 하나인 울산의 수문장이 된 김승규는 곧바로 국가대표팀에도 부름을 받으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뛰어난 순발력과 반사신경 그리고 필드 플레이어 수준의 빌드업 실력을 갖춘 김승규의 장점은 현대 축구가 골키퍼에게 원하는 방향성과 매우 일치했다.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점점 단점을 보완해냈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 멤버이기도 했던 김승규는 대표팀에서 중요한 선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와일드 카드로 발탁이 돼 주전 골키퍼로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고, 금메달까지 거머쥐면서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쌓아가기 시작했다. 2015 AFC 아시안컵에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선방력이 뛰어난 조현우를 주전으로 낙점해서 벤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김승규의 뛰어난 실력은 일본 J리그에서도 지켜볼 정도였고, 2016시즌 빗셀 고베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J리그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시 정상급 기량을 보여주면서 J리그 최고의 골키퍼 중 한 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고베에서의 좋은 활약을 이어간 김승규는 국가대표팀에서도 입지가 거의 흔들리지 않았다. 조현우와 선의의 경쟁을 이어가면서 생애 두 번째 월드컵인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도 출전하게 됐다. 2번째 월드컵에서는 조현우한테 경쟁에서 밀렸다. 신태용 감독은 선방 능력에 더 장점이 있는 조현우를 김승규보다 더 선호했다. 해당 대회에서 조현우는 미친 듯한 선방쇼로 전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이후 주전 경쟁에서 밀릴 것처럼 보였지만 신태용 감독이 떠난 후 선임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오면서 다시 빌드업 실력이 뛰어난 김승규가 주전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벤투 감독이 종종조현우를 선발로 내보내기도 했지만 김승규의 1순위 입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후방에서의 안정적인 빌드업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벤투 감독에게 김승규의 안정적인 패스 실력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그 사이 김승규는 친정팀인 울산 현대로 돌아와 1시즌 활약한 후 J리그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했다. 가시와에서도 김승규는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실력을 보여줬다. 2022시즌 도중에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김승규는 가시와에서 리그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큰 부상 없이 커리어를 보내고 있던 김승규는 벤투 감독의 탁월한 신뢰 속에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최종명단에도 포함됐다. 3번째 월드컵에서야 김승규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주전으로 낙점됐다.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과 선방 능력으로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하는데 공헌했다.
월드컵 후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해서도 김승규는 주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벤투 감독보다는 후방에서의 안정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김승규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얄 샤밥에서도 주전 자리를 내주지 않고 뛰었다.
그만큼 클린스만 감독의 신뢰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치른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발로 나온 김승규가 대회를 앞두고 주전 자리를 조현우나 송범근에게 내주는 일은 예상되지 않았다.
점점 국가대표팀 레전드 반열을 향해가고 있었던 김승규였다. 현재 한국 국가대표팀 골키퍼 역사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뛴 선수는 A매치 133경기를 뛰면서 센츄리 클럽에 가입한 이운재다. 현재 김승규는 이운재 다음으로 많은 경기를 출전했고, 이번 대회를 통해서 한국 국가대표팀 역대 최다 출장 골키퍼 2위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다.
컨디션도 좋았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이라크와의 최종 평가전에서도 센터백인 정승현의 실수로 몇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내줬지만 김승규가 잘 대처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바레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도 김승규는 후반 5분 실점했지만 골키퍼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 외에 장면에서는 김승규는 골키퍼로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김승규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대표팀의 경기 운영에 있어서도 매우 치명적이다.
김승규는 2019년부터 김민재, 김영권과 함께 대표팀의 최후방을 책임졌던 선수다. 수비진은 개개인의 실력만큼이나 서로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빌드업 실력이 뛰어난 김승규, 김민재, 김영권의 조합은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활약이 대단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김승규가 준 안정감은 탁월했다.
김승규가 빠지게 되면서 일단은 조현우와 송범근 둘 중에 한 명이 아시안컵 주전 골키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두 선수의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최근에 A매치를 많이 뛰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염려가 된다. 조현우도 2019년 이후로는 A매치를 단 8경기밖에 소화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로 전환된 후에는 단 2경기밖에 뛰지 않았다. 송범근은 벤투 감독 시절부터 꾸준히 3순위 골키퍼로 뽑히고 있지만 A매치 출장 경험은 단 1경기뿐이다. 월드컵이나 메이저 대회를 주전 골키퍼로서 활약해본 적이 없다는 점이 우려된다.
현재로서는 경험적인 측면에서도 조현우가 주전 골키퍼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일 높다. 조현우의 최대 장점은 2018 월드컵에서도 보여줬듯이 선방력이다. 선방력만큼은 김승규보다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선수다. 2017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7년 연속 K리그1 최고의 골키퍼로 꼽힌 실력은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다.
다만 조현우의 단점은 발밑이다. 과거에 비해서는 발밑 능력이 많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김승규와 비교했을 때는 정확도, 안정감에 있어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기가 어렵다.
또한 수비 커버 범위도 김승규와 비교했을 때는 넓지 않다. 한국은 높은 수비라인을 기반으로 공격을 펼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공간이 허물어졌을 때 골키퍼가 페널티박스를 비우고 나오는 판단 능력도 중요하다. 조현우가 자신의 약점을 얼마나 잘 감출 수 있을지가 이번 대회에서 매우 중요해졌다.
김승규한테 있어서도 최악의 부상이다. 선수 커리어 내내 큰 부상이 없이 활약했던 선수였기에 이번 부상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베테랑급이자 주전 골키퍼인 김승규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다른 선수들에게 미쳤을 심리적인 영향도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매번 선수들의 부상 악재가 있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핵심 윙어였던 이청용이 부상으로 쓰러진 뒤에 결국 귀국길에 올랐다. 이청용만큼이나 중요했던 구자철 역시 팔꿈치 인대 파열로 인해서 중도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핵심 멤버였던 두 선수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에서도 부상 악재는 계속됐다. 벤투 감독의 전술에서 가장 중요했던 기성용이 1차전 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대회를 함께할 수가 없었다. 이재성 역시 대회 내내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해 뛰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주축 선수들이 모두 부상없이 참가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안타까운 상황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아직 황희찬도 부상에서 회복 중이고, 김진수도 팀 훈련에 참가했지만 아직 경기 투입은 어려운 상태다. 선수들의 부상 관리가 TEAM 클린스만에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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