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에 이사가는 '남과여', 아무리 '줄 서는 맛집' 아니라지만… [MD칼럼]
[이승길의 하지만]
'화요드라마→금요드라마.'
손님이 밀려드는 소위 '줄 서는 맛집'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정해진 시간, 위치로 찾아오는 단골이 있었다. 그런 가게가 영업 중간에 새로운 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말하겠지만, 기존 손님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채널A 화요드라마(였던) '남과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배우 이동해와 이설이 주연을 맡은 '남과여'는 네이버웹툰 평점 1위를 기록한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으로 만난 지 7년째 되던 날 밤 모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른 이성 곁에 있던 서로를 마주하게 되는, 사랑과 권태로움 속 방황하는 청춘들의 현실 공감 연애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된 것은 4회차. 그런데 5회부터는 화요일 밤 10시 30분 방송에서, 금요일 밤 11시 10분으로 자리를 옮긴다. 큰 안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홍보사를 통해 배포되는 보도자료 마지막 줄에 '한편 ‘남과여’는 화요일 밤 10시 30분 방송에서, 오는 26일(금) 5회 방송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 10분으로 편성을 옮긴다'라는 짧은 안내가 추가됐을 뿐이다.
심지어 공식 홈페이지의 첫 화면을 장식하는 포스터에도 여전히 '화요드라마'라는 문구가 그대로다. 치밀하게 준비된 시간대 이동은 아니라는 의미다. 방송국은 "더 많은 시청자를 만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낮은 시청률과 화제성에 머무는 프로그램에게 일어난 씁쓸한 대우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각 방송국이 사활을 거는 금요일 황금시간대에서 화요일보다 나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소수이지만 4회까지 함께 한 시청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TV보다는 다른 방식의 콘텐츠 소비가 익숙한 시대라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정해진 시간 TV 앞을 지킨 충성도 강한 마니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했다. 이 부분에서도 4회까지 유입되지 않은 드라마 시청층이 새로운 시간대에 합류하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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