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막’ ‘물레야 물레야’ 연출한 거장 이두용 감독 별세···흥행작 ‘돌아이’ ‘뽕’ ‘내시’도 연출

손봉석 기자 2024. 1. 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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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멜로·호러 등 장르를 넘나들며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 받고 우리영화 세계 진출의 초석을 다진 충무로의 거장 이두용 감독이 19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충무로 소식통에 따르면 이두용감독은 이날 오전 3시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지난해부터 폐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1942년 서울 출신인 고인은 동국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영화계에 입문해 10년 가까이 촬영 현장에서 조감독으로 일했다.

멜로물 ‘잃어버린 면사포’(1970)로 감독 데뷔한 후 권격 액션물 장르에서 호쾌한 연출로 두각을 나타냈다. 1974년 한 해에만 ‘용호대련’, ‘죽엄의 다리’, ‘돌아온 외다리’, ‘분노의 왼발’, ‘속(續) 돌아온 외다리’, ‘배신자’ 등 6편의 ‘태권도 영화’를 연출했다. 전국의 태권도 유단자들을 모아 오디션으로 출연자를 뽑았다는 야사가 전해온다. 이두용 감독은 다른 한국 영화 거장들과 다르게 액션물 연출에 대한 자부심을 인터뷰 등에서 종종 나타냈고 이 장르 속에는 ‘정치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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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용 감독은 이후 ‘초분’(1977)과 ‘물도리동’(1979) 등 토속적인 소재의 영화를 연출하며 동양적 세계관을 그린 사극 영화를 잇달아 만들어 예술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한국 영화에 대한 글로벌 관객의 인지도가 거의 없던 1980년대 유수의 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이두용 감독은 1984년에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한국 영화가 칸영화제에 진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배우 원미경이 열연을 한 이 작품 은 사극이지만 며느리를 이용해 열녀문을 받아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양반들의 대화, 피지배계급에 대한 무자비한 수탈 등 피지배자의 분노와 절망을 디테일하게 담고 있다.

이에 앞서 1981년 토속신앙을 바탕으로 한 호러와 문예물이 융합된 ‘피막’으로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ISDAP)을 받았다. 유지인과 남궁원이 주연한 이 작품은 피막(사람이 죽기 직전에 잠시 안치해 두는 외딴집)이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내세웠다. 전통적 샤머니즘과 본능적 에로티시즘이 결합한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망자의 혼이 종이에 실려 부양하는 장면은 공포와 함께 기이한 감성을 자극한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연합뉴스



그의 작품 중 분단을 소재로 한 최불암, 정윤희 주연의 영화 ‘최후의 증인’(1980)은 독재 정부의 검열로 편집본의 절반가량을 삭제한 끝에 개봉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이 영화는 70년대와 80년대의 영상문법 차이, 대중들의 일상 화술의 경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1980∼1990년대 초반을 풍미한 영화 ‘뽕’ 시리즈와 ‘걸레 스님’으로 불린 중광 스님이 주연으로 출연해 익살스런 설정과 ‘죄’에 대한 질문으로 감옥 소재 대중문화 작품에 영향을 준 ‘청송으로 가는 길’(1990)도 고인의 작품이다. 특히 성인물로 위장(?)한 ‘뽕’은 군부 독재와 일제에 대한 조롱이 밑그림 처럼 깔린 독특한 영화로 도박꾼으로 아려진 주인공의 남편이 독립군(운동권)이라는 암시가 숨겨져 있다. ‘청송으로 가는 길’에는 감옥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의 동성애 묘사, 탈옥 후 다시 감옥에 스스로 들어온 죄수에 대한 교도소 직원들의 감사 표현 등 익살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는 또 1980년 대 중반 당시 아이돌 스타 전영록을 주연으로 한 액션물 ‘돌아이’ 시리즈를 통해 한국식 액션물과 홍콩식 스턴트 그리고 할리우드식 자동차 액션을 버무려 충무로 액션물을 부활시키기도 했다. 이두용 감독은 액션 연출 능력을 인정 받아 할리우드에 스카웃 되어 액션물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는 귀국 후 “현장에 파나비전 카메라가 3대 있었다”고 밝혀 영화계에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80년대 당시 ‘한국의 스필버그’로 불리던 배창호 감독이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황진이’에 파나비전 카메라를 현장에 투입한 시기였다.

그가 고전 한국영화를 리메이크 한 영화 ‘내시’(1986)는 당시로는 보기 드믄 폭력과 성적인 묘사를 통해 타락한 군부 독재권력을 풍자하고 비난해 화제가 됐었다. 이 영화는 말미에 폭정을 일삼던 위정자들이 몰살에 가까운 죽음을 당하는 내용과 대왕대비의 도를 넘은 타락을 묘사한 연출로도 주목을 받았다.

이두용 감독은 이 외에도 고 강수연 주연의 토속물 ‘업’(1988), 여성판 ‘돌아이’에 해당하는 ‘흑설’(1990), ‘위대한 헌터 GJ’(1994), ‘애’(1999)등을 연출했고, 2003년에는 나운규의 ‘아리랑’을 리메이크했다.

고인의 빈소는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1일 오후 1시 30분이며, 장지는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이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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