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 "다시 선택해도 '오리온'…R&D 순차 공개"

황재희 기자 2024. 1. 1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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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선정, '자율적 경영보장' 가장 중요
향후 6~7년 새 파이프라인 30개 확보할것
박세진 사장 "배당 가능 회사 머지않았다"
[서울=뉴시스] 레고켐바이오 김용주 대표가 19일 오후 열린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기업설명회 캡쳐) 2024.01.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바이오 기업 레고켐바이오 김용주 대표가 국내 대표 제과회사인 오리온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배경을 언급하며 “다시 생각해도 다른 제안은 거절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고켐바이오는 19일 오후 온라인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해 ‘오리온의 유상증자 투자 배경 및 성장전략’에 대해 소개했다. 수많은 제안 속에서 레고켐바이오가 왜 오리온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공개하며, 파트너 선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율적 경영보장’이었다고 설명했다.

레고켐바이오 김용주 대표는 이날 설명회에서 “오리온의 투자로 인해 외국 기업과의 M&A 기회가 사라지게 된 것 아니냐는 질문들도 많았는데, 외국회사 M&A는 경영 간섭 정도가 아니라 내부화”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의 비전, 계획은 다 접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약개발 꿈을 위해 레고켐을 만든 만큼 이걸(오리온) 선택하는 것이, 이 길을 택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또 다른 제안이 왔어도 나는 아마 거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임상시험을 할 때 돈을 확보하지 않고 임상을 벌이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며 “잘 알겠지만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하다가 중간에 돈줄에 막혀 중단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충분히 (돈을) 갖고 시작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며 “개인적으로 신약개발에만 40년을 했는데, 이런 기회가 나는 처음이라고 봤고, 그렇다면 공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레고켐 내에 이미 충분한 현금이 있고 추가 수익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굳이 4700억원의 돈이 시급하게 필요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 같이 답변한 것이다.

향후 6~7년 새 파이프라인 30개 확보…면역항암제 집중개발

레고켐바이오는 지난해 말 ‘VISION 2030 조기 달성 전략’을 마련하고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은 목표인 연간 4~5개 후보물질 발굴, 5년 내 10개의 임상 파이프라인 확보, 면역항암제를 포함한 새로운 미래 ADC(항체-약물접합체) 선두주자 등극 등의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레고켐바이오 박세진 사장은 이날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5년여에 걸쳐 약 1조원의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회사가 보유한 2200억의 자금과 수년 내 예상되는 수천억의 기술이전 수익 외에 추가로 5000억의 자금 확보가 필요했다”며 “1조원의 자금으로 차질 없이 임상을 수행해서 향후 4~5년 안에 10조, 20조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우리 회사는 안정적 흑자를 조기에 달성 가능하고, 또 기술 수출로도 조기달성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2030년 이전에는 로열티만으로도 흑자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레고켐바이오가 추구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사장은 “주주들이 아마 ‘배당한번 안한 회사’ 이런 말도 하는데, 아마도 배당도 가능한 회사가 되는 것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파이프라인의 경우 ADC를 포함해 면역항암제 등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6~7년 사이에 파이프라인 30개를 확보하겠다고 했는데, 여기서 ADC가 20~25개”라며 “지난 4-5년 동안 집중 연구한 것은 면역항암제로, 올해부터 집중적으로 개발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뜬금없이 면역항암제를 하느냐고 할 수 있는데, 우리는 면역항암제와 ADC와의 병용 시너지에 대한 모든 데이터를 갖고 있다”며 “이런 결실들이 개발후보로 나타나서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기술 수출한 파트너사로 인해 세부적으로 이를 공개하지 못했으나, 때가 되면 타겟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플랫폼이 문제가 아니라 프로덕트(신약 후보물질)를 가진 사람이 마켓을 주도할 것”이라며 “현재 우리 손에서 연구 개발에 들어가 있는 파이프라이 20개가 넘는데, 셀라인 개발부터 시작해서 비임상·임상에 들어갈 것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술 수출(라이센싱 아웃) 전략도 병행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분간은 이 병용 전략으로 갈 것인데, 이제는 프로덕트 라이센싱 등을 빅파마 중심으로 갈 것”이라며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빅파마들과 작년서부터 진행했던 미팅을 적극적으로 했고,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IR설명회에서나온 레고켐바이오 일문일답.

Q. 레고켐은 바이오 사업역량이 크지 않은 오리온을 왜 최적의 파트너로 선정했는가?

A. 레고켐은 지난 18년 동안 김용주 대표이사를 포함한 핵심인력들이 고유의 조직문화와 전략을 갖고 성장해왔다. 미래 성장을 같이할 전략적 파트너 선정 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첫 번째 기준이 자율적 경영보장이었다. 오리온은 자율경영 보장에 대해 확실하게 약속했고, 오히려 기존 경영진 포함 차세대 핵심멤버들까지 흐트러짐 없이 연속성과 일관성을 갖고 운영해줄 것을 요청해왔고, 계약서에 만족할만한 수준의 자율성 보장 조항이 담겨져 있다. 우리는 오리온과의 만남을 통해 오리온의 진정성과 기업문화에 대해 깊은 신뢰를 갖고 있다.

Q. 초기에는 양사의 계약 정신에 맞게 레고켐의 자율이 보장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사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오리온이 레고켐의 세부적인 경영에 관여하며 자율경영이 훼손될 여지가 있다고 예상되는데 보완장치는 있는가?

A. 오리온이 최대주주로서 이사회 과반수를 가지는 것은 규정상, 관례상 불가피하다. 3월 29일 예정인 정기주총을 통해 레고켐 2명(김용주 대표, 박세진 COO/사장)과 오리온이 지명하는 신규 이사 3명이 선임될 것이다. 오리온이 지명하는 이사진도 사전에 숫자나 대상자도 사전협의 하도록 계약서에 담아져 있다. 향후 오리온과는 특별한 긴급사안 외에는 분기 단위 4번의 정기 이사회를 통해 보고사항 중심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다. 레고켐의 연구개발 계획, 임상 진행, 기술이전 사업화, 채용, 승진, 평가, 보상 등 제반 레고켐의 고유활동들은 대부분 레고켐 경영진들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진행될 것이다. 향후 본 계약 당사자인 저와 오리온의 허인철 부회장은 약 3년에 걸쳐 자율성 보장 원칙이 준수되는 합리적 관행을 만들 것이고, 이후 이 원칙들이 끝까지 지켜져 가도록 흔들림 없는 기준을 만들어 놓을 것이다.

Q. 레고켐 내에 얀센 기술이전 선수금 1300억 포함 2200억의 충분한 현금이 있고 추가적인 수익도 발생하며, 연구개발 활동이 가능할 터인데 구태여 지금 이 시점에서 4700억의 돈이 시급하게 필요 했는가?

A. 지난해 9월 수립한 VISION 2030 조기달성 전략의 차질 없는 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4~5년 동안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하다. 이중 6000억 정도는 5~10개의 임상 1,2 상 자체 진행에 소요될 돈이다. 얀센 계약에 따라 예상되는 옵션행사액 2억달러와 신규, 기존 계약 통한 수익 포함 5000억~6000억 정도는 레고켐 자체적으로 충당 가능하나, 4000~5000억 정도의 추가 자금이 필요했다. 일단 이번 오리온 투자금 포함 약 7000억의 자금을 확보하고 보스톤 현지법인을 통해 공격적으로 임상개발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물론 글로벌제약사 대상 기술이전도 계속 병행해 나갈 것이다. ADC가 이제 대세로 자리잡는 이 시점에 선두를 따라잡고, 경쟁사 및 후발주자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 1조원을 투자해서 4~5년 후 세계최고의 ADC 회사로 발전하겠다. 지금 우리에겐 “공격 앞으로!” 만이 최선, 최상의 전략이다

Q. 신주발행 5% 프리미엄이 레고켐의 경영권을 넘기는 대가(매각)로 보기에는 너무 싼 것 아니냐? 씨젠, 이뮤노젠, 최근 엠브렉스도 30~100% 프리미엄 조건이다.

A. 이 부분에 대한 시장의 불만이 있다고 들었다. 레고켐 입장에서 이번 건은 최대주주의 지분을 모두 넘기고 부족한 부분을 신주로 발행해서 25% 지분의 경영권을 넘기는 매각개념이 아니다. 5500억 중 4700억이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발행이고, 레고켐은 회사에 들어올 이 자금조달이 필요했다. 그리고 자율경영을 보장 받았다. 위에서 예를 들은 씨젠, 이뮤노젠 케이스는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이 전혀 없는 구주로만 100%를 통째로 인수하는 딜이라 이번 건과 같이 비교해서는 안된다. 기존 관행처럼 구주에만 프리미엄을 붙이고 신주는 기준가로 했다면 이번 딜의 경우 구주 기준으로는 약 30%의 프리미엄 이 붙는 것이고 회사유입 자금은 4700억이 아닌 4474억이 된다. 만약 질문하신대로 구주에만 프리미엄을 가산하고 신주에 프리미엄이 없었다면 경영진의 이익만 챙긴 ‘먹튀거래’라는 비난이 있었을 것이다. 레고켐 경영진은 기존 최대주주로서의 이익보다 신약개발을 위한 회사자금 조달이라는 회사의 이익을 우선해 구주 프리미엄 대신 신주 5% 프리미엄 조건으로 합의한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jh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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