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특별법도 거부권 방침, 유족들 삭발까지 하게 만드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11명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즉시 공포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특별법 제정에 아무런 성의도 보이지 않던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재협상을 제안하는 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비칠 뿐이다.
부인 보호를 위해 거부권을 사용한 데 이어, 159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의 진상규명 특별법까지 거부하는 건 권한 남용의 극치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11명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즉시 공포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참사로 숨진 딸의 사진을 가슴에 안은 채 통곡하며 삭발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특별법은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대통령실은 거부권을 행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로 ‘권력의 사유화’ 비판이 거세다. 윤 대통령은 정당성 없는 거부권 남용을 언제까지 계속할 셈인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에) 정치적 타격을 입히고 총선에서 계속 정쟁화하기 위한 의도로 판단해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의원총회에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 특별법은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총선 이후 시행되도록 날짜를 못박았다. 이 밖에 조사위원회가 특검 임명을 위한 국회 의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등 여당 쪽 의견을 상당 부분 반영해 수정됐다. 특별법 제정에 아무런 성의도 보이지 않던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재협상을 제안하는 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한 명분 쌓기로 비칠 뿐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태원 참사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넘어 어떻게든 진상을 덮고 책임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검찰이 19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뒤늦게 기소한 것은 상징적이다.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지 371일 만이다. 기소 여부 결정을 계속 미루던 검찰은 수사심의위원회가 김 청장 기소를 권고하자 마지못해 따랐다. 그동안 진행된 수사가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었음은 자명하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도 권고한 것처럼 “사건 원인을 밝히기 위한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조사”를 위해 특별법은 남아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부인의 주가조작 혐의를 수사하기 위한 특검법까지 거부했다. 거부권은 법률안이 위헌이거나 국익에 반하는 등 명백한 사유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권한이다. 부인 보호를 위해 거부권을 사용한 데 이어, 159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의 진상규명 특별법까지 거부하는 건 권한 남용의 극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라는 대통령의 기본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이태원 특별법을 속히 공포하라.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정부, 윤 대통령에 ‘이태원특별법’ 재의요구권 행사 건의
- [속보] 북, 이틀 만에 순항미사일 또 발사
- 경찰에 포스터 크기 ‘돈다발’ 가져온 예비 중1들
- 김동관이 정의선보다 더 받았다…주식보상 빠진 임원 보수공시
- 아파트 28층에 내걸린 SOS…20시간 갇힌 노인 살린 눈썰미
- [단독] 공수처 수사받는 유병호·최재해, ‘공수처 재감사계획’ 결정
- 유재석이니까 믿고 투자? “다 가짜…개인 SNS 안 해요”
- 일본 주요 언론도 ‘김건희 디올백·주가조작 의혹’ 보도 시작
- ‘피해자다움’ 논리 깬 미투…그들의 절박함을 법원이 알게 됐다
- 대통령실까지 1.5㎞ 기어간다…‘이태원 특별법’ 마지막 몸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