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 아포칼립스, 좀비 버리고 현실 택한 연상호의 '선산' 오랜만에 좋더라!

김경희 2024. 1. 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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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이 연출이 아닌 각본으로 참여한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이 오늘 공개된다.

iMBC 연예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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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킨 영화 '부산행'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근미래를 상상한 넷플릭스 영화 '정이'도 만들었으며 '염력' '반도' 등으로 초현실적이고 아포칼립스적인 이야기를 주로 만들었던 연상호 감독의 기획이기에 '이번에도?'라는 기대를 했었다.

오컬트의 포장을 한 '선산'을 열어 보니 뜻밖의 결과물이 있었다. 우선 아포칼립스니 좀비니 초현실적인 현상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아니었다. 오컬트적인 요소는 약간 있었으나 이것은 그야말로 미끼였을 뿐. 충격적인 반전과 가족에 대한 가슴 애리는 상념이 가득한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연상호 감독이 이런 작품을? 놀라움과 동시에 연상호 감독과 오랫동안 '부산행' '염력' '반도'의 조감독으로 호흡을 맞추다 이번에 첫 연출을 한 민흥남 감독의 저력에 감탄도 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6편의 짧은 시리즈라 한 번에 정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선산'의 장점 중 하나이고 현실에 발붙인 사실적이고 생활감 가득한 장면, 연기를 차분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앵글과 속도감은 푸르스름한 영상미와 어우러져 신선하다는 느낌도 안겨준다. 누군가에게는 지긋지긋한 가족사여서 생각도 하기 싫은, 숨겨두고 싶은 비밀을 억지로 끄집어 내게 만드는 것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을 최대한 담담하게 그려 보임으로써 오히려 시청자의 마음은 더 다이내믹해진다.

iMBC 연예뉴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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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가 주인공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김현주의 서사보다는 박희순과 박병은의 서사가 조금 더 매력적이고 그들의 연기 호흡과 사연이 너무 좋아 '선산'을 이들의 이야기로 기억하게 할 수도 있을 정도. 엄청난 사건을 겪은 두 인물이 어떻게 오랜 시간 같은 곳에서 지낼 수 있는지, 서로가 서로에 대해 가지는 진심은 무엇인지 끝까지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긴장감과 궁금증을 두 남자 배우들이 안겨 줄 줄은 미처 기대치 않았다. 그런데 이 작품 이후 박병은까지 중년의 아이돌로 꼽아야 할 정도로 참 좋은 역할과 연기를 펼친다. 물론 김현주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후반부 반전과 더불어 굉장한 심리적 충격을 안겨주기에 시청자의 시선을 이끌어가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 연기로서 김현주를 누가 아쉽다 할 수 있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희순-박병은의 이야기는 따로 길게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좋다.

김현주-박희순이 전작 드라마 '트롤리'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췄지만 그들이 후속작을 한 작품에서 한다는 게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와 서사는 다르다. 또한 김현주와 류경수가 연상호 감독의 '정이'에서도 함께 출연했지만 이번에 류경수가 너무나 파격적인 변신을 하기에 그의 첫 등장에서 류경수임을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다.

장르물을 기대했던 사람들이고 연상호 감독의 전작을 모두 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작품이 생뚱맞거나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왜 진작에 이런 작품을 선보이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 연상호 감독은 가장 한국적인 소재이면서 가장 내밀한 '가정사'를 건드리는 영리한 크리에이터 같다.

시놉시스 :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며 교수 임용만을 고대하던 윤서하에게 어느 날 존재조차 희미했던 작은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어머니와 자신을 버렸던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작은아버지의 소식이 달갑지 않았지만, 자신이 가족 선산의 유일한 상속자라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된다. 놀라움도 잠시 장례식장에 서하의 이복동생 김영호가 들이닥쳐 자신도 선산을 상속받아야 한다며 아수라장을 만든다. 외도로 집을 떠난 아버지의 아들, 서하에게 선산과 함께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몰려오고 불길한 사건마저 연달아 터지며 주체할 수 없는 불안이 그녀를 감싼다. 한편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형사 최성준은 마을 사람들의 이상한 태도에 단순한 사고사가 아님을 직감하고 사건에 파고들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성준이 탐탁지 않은 형사 반장 박상민은 성준을 배제한 채 선산 상속의 이해관계에 얽힌 서하와 영호를 집중 수사하지만 그 역시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그러던 중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며 마을이 또 한 번 들썩이는데…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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