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활성화’의 자리를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대체한다면[설명할경향]
지난해에는 뉴스에서 ‘가짜뉴스’라는 말이 정말 자주 보였습니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하느냐입니다.
가짜뉴스 대응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합니다. 지난 정부도, 현 정부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은 다릅니다. 지난 정부 방통위는 ‘팩트체크 활성화’를 통해 가짜뉴스에 대응하도록 방향을 잡았습니다. 현 정부 방통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를 통한 ‘신속심의’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대책으로 내세웁니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활발하게 사실을 보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 보도자료 리스트에서 ‘가짜뉴스’를 검색해보면, 정부 정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차이가 잘 드러납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해 정부가 백신 접종을 강조하던 2021년, 방통위는 “민간 팩트체크 확산을 위해 팩트체크 플랫폼 및 방송사 자율 팩트체크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들의 가짜뉴스 판별 역량을 높이기 위해 ‘팩트체크 교육’도 강화해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9월 현 정부가 낸 ‘가짜뉴스 근절’ 방안은 아주 다릅니다. 방통위는 방심위와 협력해 ‘신속심의’를 통해 제재하고, 심의하는 중에는 ‘심의 중’임을 알리는 배너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가짜뉴스를 고의로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행동하는 매체는 폐간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18일 방통위는 지난 정부의 ‘팩트체크 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팩트체크 사업의 공정성, 효율성 및 효과성 제고를 위해 시청자미디어재단이 팩트체크 플랫폼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방통위 산하 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팩트체크 기관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정부가 예산만 지원하고 운영은 자율에 맡겼던 ‘팩트체크넷’을 두고도 국가의 영향이 커질 수 있었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2021년 10월 국정감사 과정에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팩트체크넷을 두고 “여당과 정부의 편향적인 팩트체크가 이뤄질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면서 “세계적으로 팩트체크를 국가가 주도적으로 하는 경우가 없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언론의 자유로움을 주기 위해서는 공공의 돈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정부 방향이 바뀌는 동안 민간 팩트체크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네이버는 팩트체크의 ‘대표’ 격이었던 서울대 내 SNU팩트체크 센터 자금 지원을 지난해 8월 중단했습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센터와 연동돼 노출되던 팩트체크 페이지도 사라졌습니다. 정은령 SNU 팩트체크센터 센터장은 지난해 12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네이버에서 돈 문제로 중단한 것은 아니고, 지원을 계속한다면 어디까지 피해를 봐야 할지 두렵다고 했다”라며 “네이버 (팩트체크) 페이지는 국정 감사 전에 내려야 한다고 하더라”라고 말했습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월 “SNU 팩트체크 센터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했습니다.
SNU 팩트체크 센터와 제휴한 언론사는 국내 32곳 신문, 방송, 통신, 온라인 언론사로 정치적 지향이 편중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한 주제에 대해 여러 언론사가 참여해 팩트체크 결과를 보고 수용자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팩트체크의 근거 자료도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불편부당함’을 원칙으로 하기도 합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원론적으로 정부가 주도해 옳고 그른 정보를 가려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언론의 사실 보도가 활발해질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가짜뉴스 대응을 할 게 아니라 대통령이 수시로 기자들을 만나는 등 언론을 통한 정보 공개를 공식화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정 정파의 영향을 받지 않는 SNU 팩트체크센터 같은 플랫폼을 정파적인 것처럼 공격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직접 팩트체크 시스템을 운영하겠다는 것은 결국 정부 주도로 정보를 관리하겠다는 잘못된 발상”이라고 말했습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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