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子 제주도에 버리고 떠난 중국인父, 풀려난 이유

최혜승 기자 2024. 1. 19. 17:5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제주 서귀포시 한 공원에서 중국인 부자가 노숙하는 모습./ SBS

제주도에 입국해 9살 아들을 버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30대 중국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처를 받아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1부 오창훈 부장판사는 전날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기소 된 중국인 A(38)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2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호동의 한 공원에 아들 B(당시 9세)군을 혼자 남겨두고 사라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앞서 지난해 8월 14일 관광 목적으로 아들과 함께 제주도에 무사증 입국했다. 이들은 며칠간 숙박업소에서 지내다가 돈이 떨어지자 같은 달 17일부터 일주일가량 공원에서 노숙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A씨는 범행 당일 잠든 아들을 공원에두고 사라졌다. 아들 옆에는 가방과 편지 한통이 놓여있었다. A씨가 남긴 편지에는 영어로 ‘생활고로 인해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다. 한국 기관이나 개인 가정에 입양돼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기를 바란다. 실패한 아버지가’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잠에서 깬 B군은 울면서 아버지를 찾아 헤맸다. 이 모습을 출근하던 한 공무원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공원 CCTV에는 범행 당일 아버지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머뭇거리다 사라지고, 이후 깨어난 아이가 공원을 돌아다니며 아버지를 찾는 모습이 담겼다.

지난해 8월 25일 제주 서귀포시의 한 공원에서 9세 중국인 남자아이가 사라진 아버지를 찾고 있는 모습./ SBS

경찰은 주변 CCTV를 분석 등을 통해 범행 다음날인 8월 26일 서귀포시 모처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아이의 아빠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B군은 제주의 아동보호시설에 머무르다가 중국에 있는 친척에 인계돼 중국으로 먼저 돌아갔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들을 공원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긴 했지만 버릴 생각은 없었다. 한국의 시설에 맡기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을 맡은 제주지방법원 형사2단독은 “아이의 진술과 장소, 편지 등을 고려했을 때 혐의가 인정된다”며 지난해 11월 15일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에 항소한 A씨는 혐의를 인정하면서 “빨리 귀국할 수 있도록 해달라. 아이와 함께 잘 살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죄질은 나쁘지만 혐의를 인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아이가 경찰 조사에서 ‘힘들고 배고파도 아빠와 함께 지내고 싶다’고 한 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A씨에게 당부했다. 재판부의 선처로 풀려난 아빠는 중국으로 돌아가 다시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