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언제쯤…상습 사고엔 집행‘유예’, 노동부는 늘상 적용‘유예’

장현은 기자 2024. 1. 1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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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을 포함해 5건 이상 끼임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에서 또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숨졌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업주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과거와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 것은 안전 관리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뜻인데도 또다시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며 "행정부는 유예 메시지만 반복하고, 심지어 법 개정이 안 될 경우 (처벌을 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두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법 무력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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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20년 11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재로 숨진 99명의 영정을 의자에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망을 포함해 5건 이상 끼임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에서 또 끼임 사고로 노동자가 숨졌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업주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법원의 이어지는 솜방망이 처벌과 행정부의 50인(억)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시도 등으로 중대재해법이 무력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지법 형사5단독 정진우 판사는 지난 18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산시 골판지 제조업체 대표이사 ㄱ씨에 대해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22년 3월 해당 사업장에서 기계 설비 운전원으로 일하던 ㄴ씨(64)가 작업 기계가 원활히 작동하도록 윤활유를 주입하는 정비 작업을 하다가 기계 회전축에 작업복이 말려들어 가 끼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ㄴ씨가 작업하던 기계는 사고 한 달 전 방호장치를 해체한 뒤 재설치하지 않아 회전축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고, 윤활유 주입 장소 주변은 바닥에 떨어진 윤활유, 증기, 분진 등으로 매우 미끄러운 상태였다. 신체나 작업복이 기계에 감겨 위험에 처할 우려가 커 방호장치가 필요했지만 장치는 없었고, 협착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도 작성되지 않았다.

법원은 대표이사 ㄱ씨가 경영책임자로서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해당 정비 작업을 수행할 경우 협착 등 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지 않았음 △관리감독자가 해당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방호장치 해체금지 등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음 △한 달간 방호장치가 해체돼 협착에 의한 중대산업재해 위험이 있음에도 대응조치에 관한 매뉴얼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면서도, 유족과 합의가 됐고 재발방지 노력이 있단 이유로 집행유예 처분을 내렸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뒤 나온 13번째 판결인데, 실형은 아직 한 건밖에 나지 않았다.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는 가운데, 행정부는 오는 27일로 다가온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과 관련해 잇따라 유예 목소리를 내는 등 중대재해법 안착과는 거리가 먼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성희 차관은 19일 각각 건설현장 점검과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중대재해법 유예 메시지를 냈다. 이 장관은 이날 강원도 강릉시의 한 신축공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새해 들어 아직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건설현장에서 연이어 9건의 추락사고가 발생했다”면서도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장의 현실적 여건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이 차관은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과거와 비슷한 사고가 반복된 것은 안전 관리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뜻인데도 또다시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며 “행정부는 유예 메시지만 반복하고, 심지어 법 개정이 안 될 경우 (처벌을 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두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등 법 무력화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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