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리 옛 철도터널에서 대전 역사를 춤추다

송인걸 기자 2024. 1. 1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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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구 세천동 구정리 터널, 잊힌 옛 기찻길은 부식된 벽천장 콘크리트에 물기가 서려 스산했다.

지난 16일 대전대 공연예술콘텐츠학과 학생들은 구정리 터널 안에 전등을 켜 조명을 달고 바닥에 천을 깔아 무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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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경부선 대전~옥천 노선, 6·25 총탄자국 생생
대전대 공연예술과 학생들 근대사 퍼포먼스 작업
대전대 공연예술콘텐츠학과 학생들이 지난 16일 대전 구정리 터널에서 대전의 근현대 역사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대전대 제공

대전 동구 세천동 구정리 터널, 잊힌 옛 기찻길은 부식된 벽천장 콘크리트에 물기가 서려 스산했다. 지난 16일 대전대 공연예술콘텐츠학과 학생들은 구정리 터널 안에 전등을 켜 조명을 달고 바닥에 천을 깔아 무대를 만들었다.

퍼포먼스팀 6명이 무대에 섰다. 팀원들은 각각 몸에 검은 옷과 흰 천을 둘렀다. 검은 옷은 외세 침략세력, 흰 천을 두른 이들은 우리 민족을 상징한다. 10분 동안 이들은 대전이 되어 구정리 터널이 개통한 1905년 대한제국 시기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기 등 근현대사와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몸짓으로 표현했다. 홍가영(4학년)씨는 원치 않는 역사에 끌려다니느라 멍들고 긁혔지만 저항한 끝에 마침내 아리랑을 배경으로 빨강, 파랑 물감을 흰 천에 바르며 희망을 보여줬다.

퍼포먼스팀의 몸짓은 이우리(1학년)씨 등 영상을 전공하는 학생들로 꾸려진 영상팀이 촬영했다. 영상은 작품으로 제작해 대전을 알리는 콘텐츠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날 퍼포먼스는 대전대 공연예술콘텐츠학과가 지방대학활성화사업의 하나인 지역 정주형 인재양성 프로그램에 따라 ‘근대역사를 바탕으로 한 대전 문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진행됐다. 앞서 이 학교 교수·학생들은 지난달 27일 구정리 터널을 답사한 뒤 ‘식민지와 6·25’를 주제로 구정리 터널을 스토리텔링하고 퍼포먼스를 구성했다. 퍼포먼스팀을 지도한 허은찬 교수는 “출연한 학생들은 철마가 다니지 않는 120년 전 철길과 70여 년 전 한국전쟁을 비극을 보여주는 총탄 자국을 보고 느낀 애수와 기록으로 남은 이곳의 역사를 몸짓으로 표현했다”며 “영상 전공학생들은 이를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협업을 통해 대전의 과거와 미래를 충실하게 알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대전대 공연예술콘텐츠학과 학생들이 지난 16일 대전 구정리 터널에서 ‘근대역사를 바탕으로 한 대전 문화’ 공연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대 제공

김지연 대전대 공연예술콘텐츠학과 학과장은 “날이 추웠고, 조명도 버스에서 전원을 연결해 밝히는 등 현장 여건이 열악했는데 학생들의 열정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다”며 “세계적으로 터널이나 창고 등 도시의 역사적 소재들을 콘텐츠화하는 문화활동이 도시재생산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우리 학과의 특성을 살려 대전을 널리 알리고 미래를 제안하는 창작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구정리 터널은 경부선 철도 대전~옥천 구간인 대전시 동구 세천동·삼정동에 있는 길이 395.1m(부산 방면), 440m(서울 방면)의 쌍굴(복선터널)로 1905년 개통해 새 구정리 터널이 개통한 2003년 폐쇄됐다. 구정리는 이 지역의 옛 지명이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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