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푸른별과 우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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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 장면은 그야말로 가슴 뭉클한 장관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우주항공청 특별법도 다양한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 간 치열한 논쟁을 하는 현실 정치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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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 장면은 그야말로 가슴 뭉클한 장관이었다. 필자도 이 장면을 한 차례만 보기엔 아까워서 여러 차례 반복해 봤다. 저 멀리 있는 미지의 공간, 우주에 대한 꿈은 화려하고 환상적이다. 그러나 이 꿈이 실현되는 과정은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를 볼 수 있는 우주 공간에서 이뤄지지 않는다. 그 과정은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지상의 특정한 좁은 공간 내에서 서로 다투고 화내고 비난하면서 진행된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우주항공청 특별법도 다양한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자 간 치열한 논쟁을 하는 현실 정치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이 법안의 핵심 쟁점은 신설될 정부기구의 위상과 설치 지역, 소관 업무에 대한 것이었다. 최소한의 인력과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전담 업무가 행정 중심보다는 특수 분야 전문성을 요하는 경우라면 기상청이나 통계청처럼 외청의 위상으로도 기능을 다할 수 있겠지만 정책부터 기술 개발과 산업의 육성, 민관 및 국제 협력 등의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우주항공청은 그 존재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특별법이 통과되기까지 가장 뜨거웠던 쟁점은 기존 우주항공 분야 연구기관들의 입지에 관한 것이었다. 청의 주요 업무가 연구개발 분야를 총괄하는 것이다 보니 인력 역시 이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에 기존 연구기관들이 청에 소속되는지가 현실적인 화두로 떠올랐던 것이다.
쟁점들은 국회 안건조정위원회를 비롯한 다수의 회의를 통해 여러 논란을 양산하면서도 결국은 입법적인 해결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루고, 마침내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재의 여야 갈등 관계를 생각하면 반년에 걸친 우주항공청 특별법 통과는 국회가 싸울 때 싸우더라도 결국 해야 할 일은 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2021년 10월 90세의 미국 원로배우가 700억원을 내고 우주선을 타고 우주를 여행했다. 이 배우는 '차갑고 어둡고 검은 공허'와 온갖 생명을 낳고 키우는 '어머니 지구'의 대조적 모습을 보고, 인류가 이 아름다운 오아시스를 파괴하고 있다는 생각에 '지독한 슬픔'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우주비행사들도 '지상에 있는 우리를 갈라놓은 모든 관념과 개념'이 희미해져 세계관과 정체성의 전환을 겪는다고 보고된다. 이를 '조망효과'라고 부른다. 특히 달에서 볼 때 지구가 엄지손가락 하나로도 가려버릴 수 있는 푸른 유리구슬에 불과하다고 몸소 느끼는 경험은 충격 그 자체라 한다.
정부 책임자와 국회의원 및 기타 관련자들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라는 푸른 유리구슬을 보면서 이 법안을 논의했다면 아마도 이 법안이 별로 어렵지 않게 제정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멀리 떨어져서 비전을 중심으로 고민하면 세세한 이해관계의 조정이 훨씬 원활할 것이다. 필자도 장차 우주여행을 꿈꿔 본다. 가까운 시기에 우리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하기는 어려워도, 장차 우주의 신비한 현상들이 규명되고 인류의 새로운 무대로 펼쳐질 거라는 건 확실하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우리 사회, 특히 지도자들이 우주여행을 하지 않고도 지구와 생명의 소중함을 체감하고, 조그마한 한반도 남쪽에서 넘실거리고 있는 갖가지 이해관계와 욕구 및 다툼을 조망하는 지혜와 여유의 한 자락이라도 찾길 기대해본다.
[이보형 마콜컨설팅그룹 총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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