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비바레리뇽, 사랑의 공동체

2024. 1. 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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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시대다.

상황이 나쁠 때도 선하게 행동하는 공동체가 있을까? 목숨을 걸고 폭력에 저항하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공동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평화를 갈망하고 그것에 헌신하도록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팩슨은 프랑스 중남부 자그마한 고원 마을 비바레리뇽에서 그 싹을 찾아낸다.

폭력의 물결을 거슬러 끝내 인간의 선함을 증명한 것이다.

이 때문에 비바레리뇽은 폭력의 세계에서 평화의 낙원이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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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시대다. 곳곳에서 전쟁과 테러, 차별과 억압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위협이 넘치고 공포가 만연한 세상은 우리를 성나게 만든다. 답답함과 억울함이 쌓여 울화의 도화선을 댕기고 갈등의 용광로를 들끓게 한다. 폭력에 눌린 사회는 결국 우애의 힘을 잃고 각자도생의 지옥이 된다. 올해 에미상을 휩쓴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이주자 멸시와 혐오가 도시를 분노의 지옥불로 태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세상과 구원은 어디에 있을까.

'비바레리뇽 고원'(생각의힘 펴냄)에서 미국 인류학자 매기 팩슨은 고통스럽게 질문한다. 상황이 나쁠 때도 선하게 행동하는 공동체가 있을까? 목숨을 걸고 폭력에 저항하면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공동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평화를 갈망하고 그것에 헌신하도록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팩슨은 프랑스 중남부 자그마한 고원 마을 비바레리뇽에서 그 싹을 찾아낸다.

1939년에서 1945년까지 비바레리뇽 주민은 나치에 맞서 난민 수천 명을 돌봤다. 죽음을 무릅쓰고 이들은 유대인, 레지스탕스 등을 받아들인 뒤 그들에게 밥을 먹이고 그들을 교육하고 빼돌려 안전한 외국으로 보냈다. 참여자들은 농부, 상인, 교사, 목동 등 평범한 이들이었다. 폭력의 물결을 거슬러 끝내 인간의 선함을 증명한 것이다.

그 배경엔 마을 전통이 있었다. 16세기 이래 이 마을은 가톨릭 국가에 자리 잡은 개신교도의 섬이었다. 때때로 잔인한 박해의 물결이 마을을 덮쳤고, 주민들은 거듭 가혹한 탄압을 받았다. 고난을 겪으면서 주민들은 마을에 나타난 취약한 외지인을 폭력에서 보호하는 법을 익혀갔다.

고통받는 데 익숙했기에 이들은 고통받는 사람을 지키는 일에 거리낌이 없었다. 밤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그들은 누군지 묻지 않고 문을 열어 맞이했다. 조건 없는 환대는 관용의 기초이고 우애의 토대다. 이 때문에 비바레리뇽은 폭력의 세계에서 평화의 낙원이 될 수 있었다. 마을은 종교 전쟁 땐 개신교도를, 프랑스혁명 땐 가톨릭 신부를, 스페인 내전 땐 피란민을, 나치 치하에선 유대인을 보호했다. 지금도 아랍과 아프리카 난민을 받아들여 돌보고 있다.

비바레리뇽은 사랑을 배울 수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사랑은 추구하고 시도하며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사랑이 품성의 씨줄과 날줄이 될 때까지. 언젠가 바람이 불고 경보가 울릴 때 우리가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사랑을 북돋우고 환대를 습관화할 때 우리는 평화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모두가 성내는 세상에서 이것이 우리의 구원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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