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거부권 정국' 여론 향방 촉각…'부당성' 부각에 총력
與, '기울어진 특조위' 구성 우려…"기획조사 우려"
野 "국민 생명·안전 위한 '민생법안'…즉시 공포해야"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국민의힘이 결국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거부권) 행사 건의를 결정하면서, 국회는 또다시 '거부권 정국' 후폭풍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앞선 거부권 행사 법안과 달리, 국민적 여론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상대 정당의 행태에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여론전에 집중하고 있다.
야당은 19일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행사 건의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총력 투쟁에 나섰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이태원 특별법을 두고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 만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정부여당 입장에선 민심이 악화될 소지가 있는 현안인 만큼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독소 조항으로 규정한 특조위 구성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 재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를 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특조위는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11명으로 구성된다.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을 추천하고,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을 추천해 이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여당이 문제 삼는 것은 국회의장 몫으로 배정된 4명이다. 김진표 의장이 민주당 출신이고 유가족들이 야당 성향인 만큼 사실상 야권 몫은 7명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여당은 "특조위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여당이 핵심 독소조항으로 보는 것은 특조위의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 사건 기록 열람 조항이다. 법안에 따르면, 특조위는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사건과 불송치 또는 수사 중지된 사건 등의 기록을 열람해 조사에 활용할 수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 조항을 두고 앞선 특별 조사위원회에 부여된 적 없는 권한이라는 점과 함께 "기획조사의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다 보니,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특조위 구성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안, 그리고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안을 갖고 재협상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특별법의 사안을 감안해 여당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해 특조위의 특별검사(특검) 요구 권한을 삭제하고, 시행 시기도 '공포 후 3개월 경과한 날'에서 '올해 4월 10일'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자, 민주당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대통령에게 특별법을 즉각 공포할 것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정쟁용 법안'이라는 여당을 겨냥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민생법안"이라며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유가족과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을 끝내 외면하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한 여당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압박했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거부권을 강행하기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는 것이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14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54.4%로 절반을 넘었다.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은 36.6%에 그쳤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실제로 여당이 이태원 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하자, 종교·시민·노동 등 658개 시민사회단체는 연명으로 윤 대통령에게 법률 공포를 촉구한 상태다. 특히 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단까지 나서 "희생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진상규명 특별법을 즉각 공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종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역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전날(18일) 마침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다녀갔는데, 특별법이 어렵게 통과됐는데 그 일을 염려하면서 왔다"며 "저희들도 국민의힘 입장이나 고충을 듣고 있지만 위원장님께서 통합 차원에서 한 번 그분들의 답답함과 아픔을 한 번 살펴보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그러자 한 위원장은 "노력하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당내에서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둘러싼 여러 조항은 문제점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4·10 총선을 불과 80여일 앞두고 '거부권 정국'이 되풀이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우려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이태원 특별법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닌, 법안 처리 과정과 절차, 독소 조항 등은 문제"라면서도 "다만 총선을 앞두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국민들에게 부당성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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