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자가 풍간(諷諫)을 최고로 친 까닭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간언(諫言)이란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허물을 지적하는 것을 말한다.
첫째는 바른 도리를 들어 하는 정간(正諫), 자기를 낮추며 겸손한 말로 하는 강간(降諫), 남김없이 하는 충간(忠諫), 고지식하게 하는 당간(戇諫), 에둘러서 하는 풍간(諷諫)이 그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간언(諫言)이란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허물을 지적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윗사람은 종간(從諫), 즉 간언 따르기를 물 흐르듯이 할 때 뛰어난 임금이라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종간에 능한 임금을 찾기는 쉽지 않다. 간언에 따르는 어려움을 한나라 유학자 유향은 《설원(說苑)》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하 된 자가 힘겹게 어려움을 당하면서도 자기 임금에게 간언을 올리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장차 임금의 허물을 바로잡고 임금의 잘못을 교정하기 위해서다. 임금에게 허물과 잘못이 있게 되면 이는 위태로움과 멸망의 싹이다. 그런데도 임금의 허물과 잘못을 보고서도 간언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임금이 겪게 될 위태로움과 멸망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무릇 임금이 겪게 될 위태로움과 멸망을 가벼이 여기는 짓을 충신이라면 차마 하지 못한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간언하는 방법으로 유향은 다섯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바른 도리를 들어 하는 정간(正諫), 자기를 낮추며 겸손한 말로 하는 강간(降諫), 남김없이 하는 충간(忠諫), 고지식하게 하는 당간(戇諫), 에둘러서 하는 풍간(諷諫)이 그것이다.
공자는 말했다.
"나는 그렇다면 풍간을 따르겠다."
주자학의 영향으로 직언(直言), 직간(直諫)만을 최고로 여겨온 우리네 지적 풍토에서는 낯설 수도 있겠지만 직언, 직간은 자칫 상하 관계를 쉽게 해치기 마련이다. 《논어(論語)》를 보아도 공자는 분명 풍간을 최고로 쳤음이 분명하다.
사마천의 《사기》 중 「세가」를 번역하던 중에 '조나라 세가'에서 탁월한 풍간 사례를 만났다. 조나라 효성왕 때 진(秦)나라가 조나라를 쳐서 성 3개를 빼앗았다. 효성왕이 어려서 어머니인 태후가 섭정을 할 때였다. 조태후가 제나라에 구원을 청하자 제나라는 태후가 총애하는 작은아들 장안군(長安君)을 인질로 보내면 구원병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태후가 받아들이지 않자 대신들이 힘써 간언했다. 이에 조태후가 말했다.
"장안군을 인질로 삼자는 말을 다시 하는 사람에게는 이 늙은이가 반드시 그 사람 얼굴에 침을 뱉고야 말겠다."
이때 촉룡(觸龍)이라는 늙은 신하가 나섰다. 태후는 노여움을 누르고 그를 만났다. 촉룡은 건강과 식사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태후의 노여움을 조금 누그러트렸다. 그런 다음에 촉룡은 엉뚱하게도 자기 막내아들이 궁중 시위대에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인사청탁을 한다. 태후는 알았다며 몇 살이냐고 묻자 촉룡은 이렇게 답한다.
"열다섯 살입니다. 비록 어리지만 제가 죽기 전에 그 아이를 의탁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태후가 "대장부도 어린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는가"라고 묻자 촉룡이 말했다. "부인들보다 더 심합니다."
태후가 웃으며 말했다. "부인들이 더 심하지요." 마침내 촉룡은 본론에 들어간다.
"지위는 높은데 공로는 없고 봉록은 많은데 공로 없이 진귀한 보물만 몸에 많이 지니고 있으면 재앙이 찾아온다고 했습니다. 태후께서는 장안군의 지위를 높이고 봉록을 많이 주고 진귀한 보물을 몸에 지니도록 해놓고 그로 하여금 나라를 위해 공로를 세울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태후께서 세상을 떠난 후에 장안군이 어떻게 스스로 조나라에서 보전할 수 있겠습니까?"
태후가 말했다.
"알겠소. 당신 뜻에 따라 장안군을 보내시오."
이런 풍간은 용기도 있어야 하지만 깊은 지혜가 함께 따라야 한다. 여야 각각 '윤석열 리스크'와 '이재명 리스크'가 자기 진영을 힘들게 하는 가운데 용기도 없고 지혜도 없는 정치인들만 바삐 돌아다니니 국민은 마음 둘 곳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故 이선균 ‘마약 의혹’ 최초 제보자, ‘배우 출신’ 그녀였다 - 시사저널
- “예쁘게 생겼네”…버스 옆자리 10대女 추행한 60대, 성범죄자였다 - 시사저널
- ‘복날’이라 개고기? 이제 ‘불법’입니다 - 시사저널
- ‘전쟁’ 외치는 김정은…총선 전 ‘新북풍’ 불까 - 시사저널
- ‘다방 연쇄살인 피해자’ 하루만 빨랐어도 살릴 수 있었다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 시사저널
- 우울증 환자 ‘年 100만 명’ 시대…미리 예방하려면 어떻게? - 시사저널
- ‘오늘도 폭식했네’…식단 조절, 쉽게 하려면? - 시사저널
- 재벌은 망해도 3대는 간다? 균열 커지는 ‘한국식’ 오너 경영 - 시사저널
- 확 달라진 《미스트롯3》 여전히 강했다 - 시사저널
- 뉴진스 이을 5세대 아이돌은 언제쯤 대세가 될까 - 시사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