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도 '앱'으로 사는 세상…소외되는 시니어 소비자
프랜차이즈 할인행사도 '앱'에서만 가능
전문가들 "정보격차가 소비격차 만들 것"
"인기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가봤는데 대기하는 방법을 몰라서 입장할 수가 없더라고요. 빵 사고 나오는 젊은 분한테 물어봤더니 무슨 앱을 깔아서 예약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결국 못 사먹었어요".
60대 초반 김모 씨는 최근 서울 잠실에 있는 유명 베이글집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 업체는 앱 예약을 해도 2시간 넘게 대기해야 한다. 현장대기로는 거의 구매가 불가능했다는 전언이다.
최근 인기 카페, 베이커리, 음식점 등에서 원격 웨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예약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웨이팅은 물론 카페 프랜차이즈 메뉴 주문, 할인행사 등도 앱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덕분에 업체와 손님 모두 편의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고연령층'의 소비자는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먹거리 디지털화 속 사회적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문도 할인 이벤트도 '앱'으로
이제 식음료 프랜차이즈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모객하는 마케팅은 흔한 일이 됐다. 최근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모바일 주문 서비스 '패스오더'를 론칭했다. 소비자들은 패스오더 앱에서 파리바게뜨 제품을 미리 주문하고 별도의 대기 시간 없이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
할인 이벤트도 '앱'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파리바게뜨는 패스오더 론칭 기념 행사 기간동안 선착순으로 100원에 식빵을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패스오더 앱을 통해 참여 가능하다. 스타벅스에서도 신년 경품 행사에 참여하려면 스타벅스 앱 계정에 등록된 스타벅스 카드를 활용해 사이렌 오더로 음료를 주문해야 한다.
투썸플레이스는 특정 메뉴 행사를 진행하며 원래 제품 한 개당 멤버십 스탬프를 한 개를 적립할 수 있던 것에서 자체 앱 내 스마트 주문 기능을 이용하면 제품당 2개를 적립해주기로 했다. 교촌치킨도 자체 앱에서 10% 포장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BBQ치킨 역시 배달앱에서 주문 시 5000원 할인쿠폰을 발급해주는 행사를 열었다.
앱 주문 어려운 시니어 소비자
하지만 시니어 소비자들은 아직 대면 서비스를 선호한다. 실제로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조사한 '5060 시니어 디지털 이용 행태'에 따르면 식당 및 카페 방문시 50~60대가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주문 방식은 '테이블에 있는 태블릿'이나 '자리에서 직원을 호출하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김광일·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이 65세 이상 79세 미만의 노인 5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터넷도 활발하게 활용했다. 그러나 10명 중 6명이 스스로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후반의 박 모씨는 카페 프랜차이즈 카페에 종종 방문한다. 같은 연령대의 친구들보다 키오스크를 잘 이용해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젊은 고객들이 키오스크 줄을 서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다가 음료를 받아오는 모습을 접하면서 뿌듯함은 사라졌다.
박씨는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는 방법을 몰라서 매번 줄서서 주문한다"며 "자식들도 바쁘다보니 알려달라고 하기도 어렵고 앱을 배우기는 것도 쉽지 않아서 늘 가던 곳만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늙었다고 생각은 안 하는데 (스마트폰 주문 서비스가) 낯설다보니 결국 노인들끼리 모이게 되는 게 아니겠나"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앱' 모르면 더 비싸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정보격차는 소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고정비가 상승하면서 아날로그로 방식으로의 회귀는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사회 전반에 디지털화를 앞당겼다. 게다가 출생률이 감소하면서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고령층의 인구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보격차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비용의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령층의 소득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해 더 비싼 값에 물건을 구매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마련할 필요는 있겠지만 장기적인 솔루션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령층의 인구 비율이 높아진 만큼 정보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주민센터 문화교실 등에서 노인을 위한 대면 디지털 교육을 필수적으로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소비자 간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지역 주민센터에서 노인 대상 애플리케이션 강의를 마련하고, 자원봉사 등을 늘려야 한다"며 "기업에서도 최근 노인 대상 키오스크 교육과 같은 서비스를 확대하는 게 필요해보인다"라고 조언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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