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노리던 롯데 '천재타자', 8kg 벌크업 후 장타자 변신 예고 "이제 마냥 신인 아냐, 보여줄 때 됐다" [현장 인터뷰]

부산=양정웅 기자 2024. 1. 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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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부산=양정웅 기자]
롯데 나승엽이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롯데 나승엽.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단념하고 KBO 리그에 몸담은 지도 벌써 4번째 시즌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의 '천재타자' 나승엽(22)이 다가오는 시즌 새 출발을 예고했다.

나승엽은 1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2024시즌이 기대되고, 이제 마냥 신인이 아니기 때문에 진짜 제가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선린중-덕수고를 졸업한 나승엽은 2021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에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지명받았다. 당초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며 1차 지명에서 빠졌던 그를 롯데가 과감한 판단으로 뽑은 것이다. 김풍철 당시 롯데 스카우트팀장은 "나승엽은 해외 진출이라는 이슈가 아직 남아있으나 선수의 재능을 생각한다면 지명권을 잃게 되더라도 2라운드에서 지명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 지명했다"고 설명했다. 지명 후 단장이 직접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설득에 나선 끝에 나승엽은 결국 5억 원이라는 계약금을 받고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입단 후 아직 1군에서는 보여준 것이 많이 없다. 입단 첫해인 2021년 1군에서 60경기에 나온 나승엽은 타율 0.204(113타수 23안타), 2홈런 10타점 16득점 1도루 OPS 0.563으로 시행착오를 겪었다. 2022년에는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5월 초 상무 야구단에 입대했다.

나승엽(가운데)이 상무 시절인 지난 2022년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MVP를 수상한 뒤 허구연 KBO 총재(오른쪽)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 2021년에는 19세의 나이로 42경기에서 타율 0.292 2홈런 31타점 22득점으로 빠르게 프로에 적응했다. 상무 야구단 입대 후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2022년에는 82게임에서 타율 0.300(287타수 86안타) 7홈런 64타점 OPS 0.903의 성적으로 장타력 증가를 보여줬고, 지난해에도 0.312(295타수 92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좋은 선구안을 보여주며 2군에서 통산 삼진(130개)보다 볼넷(163개)을 더 많이 기록했다.

상무에서의 18개월 동안 나승엽은 많은 걸 얻어왔다. 우선 다소 말랐던 체형이 우람해졌다. 입대 전까지만 해도 80~81kg의 체중을 유지했던 그는 현재 88~89kg까지 증량에 성공했다. 그는 "(어떻게 몸무게가 늘었는지) 진짜 잘 모르겠다"면서도 "체질이 바뀐 것 같다. 못 먹는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됐다. 규칙적인 생활도 했다"고 밝혔다.

또한 많은 경기 출전이 보장되면서 군대 가기 전에는 없던 여유가 생겼다. 앞서 나승엽은 상무 시절 인터뷰에서 "1군에 있을 때는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 매일 경기를 뛰니까 오늘 안 좋아도 내일에 대한 부담감이 덜 되고 마음이 편하다"고 고백한 바 있다. 전역 후에도 그는 "매일 경기를 나가니까 여유가 생겼고, 어떻게 플레이할지 게임을 뛰면서 많이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상무 시절 나승엽의 타격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체격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장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됐다. 나승엽은 "처음에는 생각이 없었다"며 "재작년(2022년)에는 (장타가) 좀 나왔는데, 지난해에는 초반에 너무 안 나오더라"고 밝혔다. 이어 "생각을 해보니 타격할 때 너무 안타를 치려고만 했다. (타격 포인트를) 뒤에 놓고 가볍게 치려고 했다"고 설명한 그는 "후반기부터는 완전히 바꿨다. 앞에서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다"고 말했다.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고 장타를 노리게 되면 삼진은 세금처럼 따라오게 되지만, 이를 두려워하는 선수들도 많다. 나승엽 역시 "처음에는 '삼진을 당하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인드가 바뀌었다. 그는 "너무 삼진을 안 먹으려고 하면 자꾸 놓치고, 소극적으로 치게 된다. 그래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치자는 마인드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적극적인 타격은 김태형(57) 신임 감독 이하 코치진이 주문한 것이기도 하다. 전역 후 곧바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소집되면서 마무리캠프에서 김 감독과 오래 보진 못했지만 이미 눈도장을 찍었다. 나승엽은 "(감독님이) 타격할 때 '불필요한 동작이 조금 있다'고 하시고 그것만 고치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전했다.

2023 APBC를 앞두고 연습경기에 출전한 나승엽.
나승엽은 APBC에서 2경기, 3타석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비슷한 나이대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과 시간을 보낸 것은 본인에게 많은 도움이 됐다. 그는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다. 그라운드 안에서 직접 볼 수 있고, 형·동생들과 다 같이 운동하니까 배울 점도 많았다"고 말했다. 코너 내야(1루수, 3루수)를 보는 나승엽은 특히 같은 포지션의 노시환(24·한화 이글스)을 유심히 지켜봤다고 한다. 그는 "시환이 형이 진짜 잘하더라.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여유가 있고 기본기도 잘 돼 있다"고 감탄했다.

나승엽은 오는 2월 1일부터 미국 괌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롯데의 2024시즌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예정이다. 입단 후 첫 2년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서 캠프를 했고, 이후로는 군 입대로 인해 나승엽은 프로에서 한 번도 해외 전지훈련을 가지 못했다. 그는 "추울 때 야구를 하면 힘들지 않나. 날씨가 엄청 좋고 따뜻하니까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년 반 만에 롯데에 복귀한 나승엽의 2024년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스프링캠프에서는 안 다치고 최선을 다하겠다. (시즌 중에는) 1군에서 풀타임으로 한번 뛰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나승엽. /사진=롯데 자이언츠
나승엽. /사진=롯데 자이언츠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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